한국증시를 쥐락펴락하던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최근 급격히 약화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팔면 내리던 '천수답' 증시가 10월 이후에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강한 맷집을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립식펀드로의 자금유입과 연기금의 주식매수 등으로 기관중심의 수급개선이 이뤄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외국인 영향력 급격히 감소 외국인 매도세가 17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증시는 예상보다 탄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조9천5백13억원의 대량 매물을 쏟아냈지만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2.0% 하락에 그친 게 이를 말해준다. 올들어 외국인이 비슷한 매도 공세를 펼쳤던 지난 4월이나 10월에 주가가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4월 말엔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긴축 발언을 계기로 외국인이 10일 연속으로 총 2조6천1백93억원어치를 매도하자 2주 만에 주가가 900대에서 700대로 14.0% 폭락했다. 13일 연속으로 1조8천억원어치를 팔았던 10월에도 8.1% 급락했다. 올들어 나타난 세 차례 외국인 매도 공세는 그 규모는 2조원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매도 공세 기간에는 두 번이나 890(장중)을 돌파할 정도로 확연히 달라진 맷집을 보여주고 있다. ◆기관중심 수급강화로 증시맷집 보완돼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영향력 퇴조와 관련,기관의 영향력이 커진 결과로 분석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유명무실했던 적립식펀드가 하반기 들어 큰 인기를 끌면서 증시의 수급 기반을 확충해주고 있고,연기금과 보험권의 매수세 유입도 외국인 매물을 일정부분 소화해내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에게 휘둘려온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천수답 증시가 내성과 맷집을 키워가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이같이 강화된 체력은 상관관계 분석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우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매매가 지수 등락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상관계수는 지난 7월 0.62에 달했지만 10월엔 0.30,11월 0.18,12월 0.26으로 뚜렷한 하락세"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관 매매와 지수와의 상관계수는 6∼9월엔 -0.1∼0.1로 거의 무관한 모습이었지만 11월엔 0.22로 높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외국인 매도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기관이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