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여의도 당사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 4·15 총선을 전후해 국회 제1당인 열린우리당과 제2당인 한나라당이 여의도를 떠나 각각 영등포와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긴데 이어 민주당이 13일 마포에 마련한 '새 둥지'에서 현판식을 갖고 새출발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 95년 마포에 당사를 마련한 자민련을 포함해 이제 원내 5개 정당 가운데 여의도를 지키고 있는 당은 2000년 1월 창당과 함께 여의도에 터를 잡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 지난 20여년간 '잘 나갔던' 기성 정당들이 우여곡절 끝에 모두 여의도를 떠난 반면 뒤늦게 입성한 진보정당이 여의도를 홀로 지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흥망성쇠와 표만 쫓는 이미지 정치의 단면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 열린우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불법자금 유입 시비를 차단하고 깨끗한 당 이미지 부각을 위해 시장통을 결정했다. 원내 제1당에서 2당으로 추락한 한나라당도 거액의 불법대선자금 조성으로 생겨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여의도를 떴다. 대선에 이어 총선 패배로 위상이 추락하면서 가중된 자금난도 한몫 했다. 집권당에서 하루아침에 군소정당으로 몰락,빚독촉에 시달려온 민주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강요된 선택이었다. 유일하게 여의도 당사를 지키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민노당은 미래에 국회를 '접수'할 당이므로 계속 여의도에 남겠다"고 말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