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경제 재평가와 위기반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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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제금융기관들이 '2005년 글로벌 투자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그 중에서 최근 다시 한국내에서 일고 있는 위기론의 실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관들이 위기국들의 위기극복 정도를 평가하는데에는 '위기 3단계론'을 적용한다.
한 나라의 위기는 외화 등에 금이 가면서 먼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
유동성 위기는 한국처럼 담보 관행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경제시스템 위기로 비화된다.
돈을 공급해 주는데 시스템상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경제 위기로 치닫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
위기극복도 이 수순을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위기 초기에 외자선호정책 등으로 여타 위기국에 비해 외화유동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외화유동성 확보 이후 경제내에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불식될 수 있느냐 여부는 얼마나 빨리 유동성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 위기를 치유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위기경험국들은 외화유동성 위기를 해결한 후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외화유동성을 확보한 이후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의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한국 경제각료를 중심으로 조기에 극복했다고 공치사하고 있는 유동성 위기도 일부 국제금융기관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위기(macro crisis)와 개별 경제주체의 현금흐름상에 문제가 생기는 위기(minor crisis)로 구분된다.
한국의 유동성 위기 극복은 엄격이 따지자면 거시경제 차원의 외화유동성 위기를 카드채 발행 등을 통해 개별 경제주체들의 위기로 전가시켜 놓았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용불량자가 4백만명에 달하는 점을 들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 위기와 실물경기 위기극복이 지연되면 될수록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적인 요인들이 커지는 대신 위기불감증에 따라 대처능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한국경제내에서 환율과 금리하락에 따라 원화가치와 채권값이 고평가되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낀 거품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경제여건이 뒤따르지 않는 고평가 요인들이 글로벌 펀드들의 차익실현으로 연결될 경우 국내외 자금들의 해외이탈로 연결되면서 그동안 극복했다고 보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다시 높아진다.
이것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하나의 정형화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위기 재귀설(crisis reflexibility)'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조짐들이 벌써부터 한국경제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지난주 이후 외국투기자금들이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원화 환율이 이상 급등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바로 이 점을 국제금융기관들이 내년도 글로벌 투자전략을 수립할 때 한국시장에서 가장 중시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가격변수가 경제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장개입,잦은 정책변경 등의 투기적 요인을 해소하고 경제주체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확보해 실물경기가 조만간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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