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만㈜ 운영권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항만공사(DPI)로 넘어감으로써 한국 항만시장이 외국계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 해운회사 등이 항만 운영권을 해외에 매각한 이후 국내 기업들은 국내 항만시장 경쟁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자본과 경영능력에서 앞선 외국계 항만회사들끼리 시장쟁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이 이미 진출한 상황에서 이번에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회사까지 가세한 데 이어 일본 물류회사들까지 한국 진출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 허브전략의 거점인 부산항은 외국계 독무대=부산신항만의 최대주주인 미국 CSX월드터미널(CSXWT)이 철도물류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25%를 팔기로 하자 세계 항만업계 큰손들의 눈이 일제히 부산으로 쏠렸다. 부산신항은 2011년까지 30선석을 갖추게 되는 최신 항만인 데다 중국과 미국 유럽을 잇는 환태평양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어 '동북아 허브항'으로 투자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양대 항만운영회사인 홍콩의 허치슨사와 싱가포르의 PSA(싱가포르항만공사)가 CSX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홍콩의 차이나 머천홀딩스 인터내셔널사와 MTL사 등도 관심을 표시하면서 인수전이 가열됐다. 하지만 부산신항의 최종 인수자는 뒤늦게 뛰어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항만공사로 선정됐다. 오일머니가 위력을 발휘한 것.두바이항만공사는 CSX 지분을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1억5천만달러에 인수해 부산신항 운영권을 확보했다. 두바이항만공사는 이로써 세계 11위에서 6위의 부두운영회사로 급부상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다크호스로 꼽히게 됐다. ◆홍콩 허치슨의 재도전 관심=두바이항만공사의 진출에 가장 민감한 회사는 홍콩의 허치슨이다. 부산에 확고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허치슨에 두바이항만공사의 도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두바이가 매입한 CSX 자산 중 아시아 자산 일부를 허치슨에 재매각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만약 두바이가 부산신항 운영권을 허치슨에 넘길 경우 허치슨은 국내 항만의 40% 이상을 운영하는 최대 항만운영선사로 올라서게 된다.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당장 국내 화주들과 선박회사들에는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회사와 외국 회사가 운영하는 항만터미널 가운데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과 세방기업 한진 등 국내 항만터미널 운영사들에는 선진 항만운영기법 및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 운영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항만은 세계적인 호황시장인데 국내 업체들은 투자여력이 없어 경쟁에 뛰어들 엄두도 못내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그나마 여러 외국회사의 각축장이 되는 것이 독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김태현·송형석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