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통과 소식에 '허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게 '정치' 아닌가. 기업의 목소리를 한 글자도 반영하지 않은 채 통과시키다니…."
9일 저녁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본 재계 관계자들의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경제현실을 도외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줄다리기를 지켜봐온 재계 관계자들은 결국 정부·여당안이 그대로 반영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표결을 통해 가결되자 "이제 투자 부진에 따른 경제침체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기업들이 아닌 정치권에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이날 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고문단 송년간친회가 끝난 뒤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허탈하다.
기업인들의 말을 묵살하면서 어떻게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권에 이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이 정부·여당 경제정책 방향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만큼 향후 경제 및 기업정책의 입안·시행 과정에서 '재벌 개혁 드라이브'가 힘을 얻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제를 살리자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여당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집권 초기 강조했던 '2만달러 시대'는 이젠 물 건너간 화두인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 푼의 기업 투자가 아쉬운 상황인데 기업의 기를 완전히 꺾어놨다"며 "어차피 국회를 통과한 만큼 시행과정에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