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8일 국회에서 때아닌 '색깔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북한 노동당에 가입했다"고 주장하며 정치 쟁점화하고 나섰고 열린우리당은 이에 강력 반발,법적 대응키로 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편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과거사 법안을 놓고 법사위와 행자위에서 여야가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충돌하는 등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간첩 논란=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이날 본회의 발언을 통해 "이 의원이 지난 92년 북한 조선노동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 의원은 노동당에 현지입당해 '대둔산 820호'라는 당원부호를 부여받았다"면서 "이 의원은 국보법 폐지안에 서명한 1백61명의 국회의원에 포함돼 있다. 이 의원 외에 몇명의 노동당원이 더 포함돼 있느냐"고 공세를 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국회 프락치사건'으로 노동당에서 암약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주체사상으로 무장해 김일성에 충성하겠다고 맹세했다면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재판부가 누락했고,반국가단체에 가입한 혐의만 적용돼 4년간 복역했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을 통해 사실을 밝히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각기 본회의 후 의총을 열어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 공천과정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당 차원의 대책위를 구성키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9일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또 비대위를 구성해 국회법상 징계와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강구키로 했다. 한편 보수성향 신문인 '미래한국'은 이날 "국가정보원이 92년 작성한 '남한 조선로동당사건 개요' 등 문건을 입수한 결과 이철우 의원이 북한 조선노동당에 가입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상임위 대치=법사위와 행자위에서 여야가 격돌했다. 한나라당은 법사위 회의 개의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김용갑 공성진 의원 등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 10여명을 법사위원장석에 배치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은 "왜 정당한 의사일정을 방해하느냐"며 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퇴장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당신 깡패야","잡소리 말아라" 등의 막말이 오갔다. 행자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용희 위원장이 과거사 법안 상정에 대한 표결 실시를 선언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으로 몰려가 이를 저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왜 날치기의 주역이 되려느냐"고 상정을 막았다. 이재창·박해영·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