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촛불과 같다. 작은 양초 하나가 방 전체를 환히 밝히듯,때론 따뜻한 마음이 한 인생을 좌절에서 안아올리는 구원이 되기도 한다. 교보생명이 운영하는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은 고단한 이웃끼리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특별한 봉사단이다. 저소득 여성 가장을 간병인으로 채용해 돌봄이 필요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간병인을 둘 수 없는 환자들을 무료로 돌보고 있다. 2003년 3월 20명으로 첫 출발한 다솜이 식구들은 현재 70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간병활동으로 교보로부터 지원받는 돈은 한달에 1백10만∼1백20만원.지금까지 모두 극빈층 중증 환자 1천1백70명이 이들의 돌봄을 받았다. 봉사활동이 생계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보람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다. 봉사단원들은 일자리와 베풂의 기쁨을,가난한 환자들은 생명과 직결된 귀중한 도움과 불행을 헤쳐나갈 의지를 얻는다. 다솜이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우미순씨(54)는 "처음엔 어렵고 가난하고 연고도 없는 사람들을 맡아 돌본다는 게 영 마뜩지 않았다"고 말한다. 가난에 찌들어 힘들게 살고 있는 스스로의 처지만도 충분히 버거웠기 때문이다. "구태여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에 짐을 더하고 싶지 않았어요.돈많은 환자를 돌보면 수입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그런데 보잘것 없는 나의 도움을 받고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힘을 얻는 환자들을 보면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아,내게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힘이 있구나,가진 것 하나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남에게 베풀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남아있었구나.그 사실이 어찌나 감격스러운지,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눈물이 복받치도록 감사했어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이모와 같이 살던 장애인 윤화영씨(26)도 어느날 이모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벼랑끝에 내몰렸다. 장애로 몸이 불편한 윤씨가 의식불명인 이모를 돌보기는 불가능했기 때문.그런 윤씨에게 교보다솜이 이숙희씨는 옛 동화에서 호랑이에게 쫓기던 오누이에게 내려진 구원의 동앗줄과 같았다. 윤씨는 "친조카인 저도 그렇게 못하겠다 싶을만큼 사랑과 정성으로 이모를 돌봐주셨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이모가 이제 말도 하고 조금씩 걷기도 하세요.아주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눈앞이 아찔해져요.평생 그 사랑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받은 만큼 저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솜이 간병봉사단을 필두로 한 교보생명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비전'과 맥을 같이 하는 모범 사례로 손꼽을만 하다. 자원봉사,미숙아 지원,저소득층 여성 일자리 지원 등 모든 활동이 '삶의 역경을 극복한다'는 교보생명의 비즈니스 핵심 목적과 짜임새있게 연결돼 있다. 보험이 갑작스런 재난이 닥쳤을때 기댈 언덕이 되어 주는 것처럼 사회공헌활동도 역경을 극복하도록 돕고 지원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 교보생명 홍보팀 박치수 팀장은 "건강하지 않거나,가난하거나,배우지 못해서 역경에 처한 이웃이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다는 게 일관된 목적"이라며 "시혜적 차원이 아닌 나눔의 확대 재생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꾸준하고 장기적인 지원이 원칙이다."라고 말한다. 법정스님은 일찍이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 행복은 이웃과 함께 누려야 하고 불행은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교보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분명 행복한 이들일 터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