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적립식 투자펀드는 장기적으로 분할 투자해 수익률을 올린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적금 상품과 유사하다. 명칭에서 보듯 최대 10년까지 중·장기적으로 매월 일정액씩 적립,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다. 사실 적립식 투자펀드는 2∼3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직장인들에게 필수적인 투자 상품으로 통한다.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직장인을 대상으로 '바람몰이'에 나서면서 인기 최고인 금융상품으로 부상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기존 은행 적금의 재테크 기능이 많이 퇴색한 점이 배경이 됐다. 현대증권의 '적립투자펀드' 광고는 은행권의 적금 수익률에 불만을 가진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식과 채권을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쉽게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 차곡차곡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재테크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적립투자펀드의 안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증권 투자에 따르게 마련인 '위험성'에 대한 불안을 누그러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컨셉트는 광고 내용에 자연스럽게 반영돼 있다. 광고는 아빠와 아들이 서로 기대어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금융상품 광고가 다소 힘 있는 컨셉트로 수익성을 강조하거나 단순히 설명하는 투의 딱딱한 내용이 주를 이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기대어 있는 모습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적립식펀드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정성스럽게 투자자금을 쌓는 적립투자상품을 아빠와 아들의 웃음을 통해 표현한 것은 투자금이 쌓이는 만큼 나와 내 가족의 기쁨도 쌓인다는 적립투자의 컨셉트를 잘 나타내준다. 부자간의 눈높이에 맞춰 '차곡차곡 높이높이 적립하는 기쁨'이라는 카피를 배치한 것도 시각적인 묘미를 되살리고 있다. 전체적인 색감은 흑백 톤으로 처리했다.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다른 증권사 펀드상품과의 차별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는 현대증권이 이전에 내놨던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상품 광고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대증권 랩어카운트 상품 광고는 미술관 성(城) 등을 배경으로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다른 증권사의 상품들이 앞다퉈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웠던 반면 현대증권은 '생각하는 사람''미로의 비너스' 등 유명 미술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생각하는 사람'이 힘 있는 이미지로 든든한 수익성을 강조했다면 '미로의 비너스'는 투명성을 컨셉트로 잡은 것이다. 현대증권 적립투자펀드 광고는 이같이 종전 투자상품 광고와는 다른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 상품은 지난 5월 시판된 후 6개월만에 가입고객수 1만5천명,누적 가입금액 3백억원을 기록하며 중·장기 목돈마련 고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광고 제작은 금강기획이 맡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