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SK㈜에 입사한 박광원씨(30)는 입사 직후 서울 상도동 달동네를 찾았다. 쪽방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게 그에게 주어진 첫 임무였다. "손수레를 언덕 위까지 끌고간 다음 연탄을 한장 한장 집게로 집어 부엌으로 옮겼어요. 검댕을 묻혀가며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지만,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을 보면서 '나는 혜택을 많이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입사원뿐만 아니다. 신헌철 SK㈜ 사장도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YMCA 청소년수련관에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무의탁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할 김치 5천포기를 담그는 데 참여했다. 신 사장은 "사회와 이웃이 건강해야 기업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했지만 봉사활동 현장을 경험하면서 기업을 열심히 경영해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다진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사회봉사 활동은 남다른 데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으면서도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관에 요약돼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이를 실천하는 강령으로 '행복 극대화'를 내걸었다. 기업활동의 우선 가치를 기업이 속한 사회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데 두겠다는 것.이를 위해서는 기업경쟁력과 사회공헌이 '투 톱'을 이뤄야한다는 게 최 회장의 신념이다. SK 관계자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나라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및 지역사회와의 원만한 관계 정립을 넘어 그들의 행복 추구에 기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고 경영전략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는 말단직원부터 CEO(최고경영자)까지 전 임직원이 'SK자원봉사단'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SK자원봉사단' 발족 후 첫 봉사활동은 집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행사.조정남 봉사단장(SK텔레콤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14명과 임직원 등 70여명이 땡볕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CEO들은 휴가를 하루 반납하고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최 회장도 직접 망치를 들었다. 10일 서울 용산역에서 여는 '사랑의 바자회' 행사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자신의 애장품을 팔아 방학기간에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한 아동들을 돕기로 했다. SK가 이 같은 사회공헌에 기부하는 돈은 작년 1천2백억원,올해는 1천5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두드러진다. SK는 정유공장 등 계열사 공장이 많은 울산지역에 보답하기 위해 1천억원을 들여 대공원을 조성 중이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8년째 공사 중이지만 울산 밖에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이웃을 돕는 일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조용히 하자"는 울산공장 직원들의 뜻을 받아들여 외부 홍보를 하지 않았다. 감격한 울산시민들은 'SK가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몰린다'는 소문이 나돌자 '주식 사기' 운동으로 화답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SK㈜ 주식 1천5백주를 매입하는 등 많은 울산시민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버린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에 대항해 백기사로 나섰다.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 지난 96년 '남북 어린이 동질성 회복과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남북 어린이 어깨동무'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과 함께 장애인에 대한 봉사를 하면서 보내기도 했다. SK는 비즈니스 파트너인 협력업체와 상생을 위한 '나눔경영'에도 열성적이다. SK㈜는 영세 협력업체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납품대금을 14일 이내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SK㈜는 '협력업체의 친환경 경영을 유도함으로써 사회공헌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체적으로 거액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환경기술 및 경영 노하우,청정생산기술 등을 무상으로 이전해주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경조사를 지원하는 '패밀리 프로그램'은 다른 대기업에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