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앞길을 열어준 SK에 감사드립니다." 베이징의 육영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쩡린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체념한 채 비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쩡린은 얼마전 SK의 중국판 장학퀴즈 '좡위안방(狀元榜)'에서 기장원을 차지하면서 앞날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장원출신이 대학에 진학하면 2백50만원(원화)의 장학금이 주어지기때문에 일단 대학입학금 걱정은 덜 수 있기때문이다. 한 때 심적으로 방황하기도 했던 쩡린은 요즈음 대학진학의 꿈을 이루기위해 주야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학교에서 선두그룹에서 한번도 탈락한 적이 없는 쩡린이기에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에 도전해 볼 참이다. 이처럼 SK의 좡위안방은 중국의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5년여전 이 프로그램 시작 때부터 맡아온 베이징TV 우쥔(吳筠) PD(30)는 "가정 형편이 힘든 가정이나 지방 낙후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중앙 무대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고 '실력만 있으면 성공의 문은 열려있다'는 비전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자평했다. 월장원 출신의 베이징대 부속고등학교 3년생 장하오(張昊·17)는 "퀴즈프로그램 참가 이후 독서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며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하오는 "퀴즈를 풀면서 배운 일희일비하지 않는 심리조절법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 PD는 "SK는 퀴즈프로그램 협찬 광고도 상업성 광고는 일절 하지않아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의 반응이 좋다"며 "SK는 '행동'으로 공익활동을 실천하는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좡위안방은 '인재산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원한 학생들은 80∼90%가 중국 최고의 명문대인 칭화대와 베이징대에 입학하고 베이징지역 대입시험 응시자 가운데 수석을 좡위안방 출신이 차지한 적도 있다. 국내의 경우 한 세대에 걸쳐 배출된 장학퀴즈 장원들은 SK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출신들답게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장학퀴즈' 출연자들의 모임인 '수람'(收攬) 회원들은 달동네에서 공부방을 여는가 하면 저소득층 동네의 노인정 건물을 새로 짓기위한 자금을 모으기위해 자선바자회를 여는 등 봉사활동 일선에서 뛰고 있다. 수람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용운씨(서울대 컴퓨터공학부 2학년)는 "SK로부터 받은 혜택을 우리도 남들에게 베풀어야 겠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MBC가 장학퀴즈를 첫 방영한 1973년 2월18일부터 90년 3월31일까지 만 18년간 명사회자로 이름을 날린 차인태씨(현 평안북도 도지사)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업들이 좋은 일을 하면서도 노조 등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 쉬쉬하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공헌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확산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씨는 "지난 30여년간 기업의 규모가 커진 것 이상으로 사회공헌도 질적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면서 "정부나 시민단체 등에서 기업들이 마음놓고 사회공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SK의 사회공헌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은 부친 고(故)최종현 SK회장의 인재육성을 통한 사회공헌 바통을 넘겨받아 '사회행복극대화'로 '업 그레이드'시켰다. 고 최종현 회장은 장학퀴즈를 후원할 당시 선경그룹(SK의 옛 이름)은 50대 기업에 겨우 꼽히던 정도였는데도 유례없는 '풀스폰서'(제작비용 일체를 부담)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선대 회장의 유업을 이어받아 최태원 현 회장도 사회공헌활동을 그룹 전략경영차원에서 챙긴다. 최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사회적 역할을 가장 충실히 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김병일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