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 빠를수록 좋다] (3) 교육체계 부재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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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30대 주부 김모씨.두달 전 신용카드사에서 3백만원을 빌린 그는 빚 갚을 길이 막막해지자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용불량자 최모씨(26.여)는 "대학 졸업 후 3년간 회사에 다녔지만 아무 생각없이 옷사고 놀러다니느라 남은 건 카드 빚 뿐"이라며 "이제 직장도 없는 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최씨는 "카드 빚이 이렇게 무서울 줄을 미처 몰랐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때늦은 후회로 땅을 쳤다.
신용 관리에 실패한 신용불량자들의 자살이나 가정 파탄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이미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도 신용불량자 문제를 풀기 위해 개인회생제 도입이나 신용불량등록제 폐지에 나설 정도다.
하지만 이런 사후적인 방법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기 경제교육은 어린이들에게 합리적 사고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한탕주의' 정서를 줄일 수 있고 기업과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신용사회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고교 2년생인 아들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유료전화서비스를 사용해 무려 98만원의 요금을 대신 지불했다"며 "휴대폰을 뺏긴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아들의 낭비벽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김씨처럼 한 달 후 닥칠 청구서는 고려하지 않는 10대 중·고교생 자녀의 헤픈 씀씀이 때문에 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도 체계적인 경제 교육을 실시하지 않다보니 10대 사이에 친구 등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30대도 소득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소비 행태로 '신용 낙오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는 모두 66만1천4백82명으로 전체 신용불량자(3백65만6천5백85명)의 18.1%를 차지하고 있다.
30대 신용불량자는 1백15만3천1백93명으로 전체의 31.5%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는 사업체 부도나 보증 피해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만 20,30대 신용불량자의 상당수는 무리하게 돈을 빌려 과소비를 일삼거나 유흥비로 탕진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만연한 반기업정서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기업 정서와 부자에 대한 막연한 질시도 시장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땀흘려 기업을 일구고 부를 축적한 기업인들이 경제 발전의 일등 공신으로 존경받기는커녕 '부정 축재자'로 내몰리기 일쑤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부자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조사 대상자의 70.8%가 '(부자들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답했다.
또 대한상의의 다른 조사에서는 고교생의 56.7%가 '경제가 잘된다는 의미'를 빈부 격차 해소와 완벽한 복지제도 구현에서 찾은 것으로 나타나 분배지향의 경제관을 드러냈다.
상당수 교사들이 시장친화적인 경제 인식을 갖고 있음에도 학생들의 경제관은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시장경제를 교육할 시스템의 부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