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나타난 내년도 경제운용의 화두는 '경제시스템 개혁'이다. 긴축·조정의 한해를 보낸 중국이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체질개혁'으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개혁의 중심은 '시장'이다. 행정 수단에 의존했던 기존 경제운용을 시장 중심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중국 경제는 그동안 긴축정책 이후 급격한 경기 하강기에 진입하는 악순환을 보여왔다. 시장기능의 강화를 통해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중국의 뜻이다. 단적인 예가 금리자유화 추진이다. 금융시장에서 커다란 힘을 발휘하던 '보이는 손(정부정책)'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 시장 수요에 따라 금융자산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이미 대출금리 상한 규정을 폐지했다. 관심을 끌고 있는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 역시 시장논리에 따라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 결과 발표에서 위안화 환율조정 문제는 빠졌다.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향후 환율정책을 유동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미리 언급,정책운용의 폭을 스스로 줄이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또 경제성장 엔진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지난 수년 동안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정부투자였다. 정부는 지난 98년부터 해마다 1천억위안(1위안=약 1백40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건설 분야에 퍼부었다. 이는 건설경기 과열→원자재 수요 급증→철강 시멘트 등 과열→인플레→경기 긴축 등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내년부터 '온건 재정정책'으로 선회키로 했다. 당연히 건설경기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새로운 경제발전 엔진은 서비스산업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제시한 8대 역점사업 중 '투자구조 개혁,투자·소비 구조 개선'은 이를 표현한 것이다. 국가발전계획위 거시경제연구소의 천둥치(陳東琪) 연구원은 "투자 감소로 인한 고용감소는 제3차 산업이 흡수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분야 창업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신규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날 것임을 보여준다. 내년 중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경제 성장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원자재 부족 및 환경문제 해결이다. 중국의 경제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지만 원자재 소모량은 25%에 달하는 고(高)에너지 소모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바꾸지 않고는 지속적 성장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시장수급에 따른 원자재 가격 결정,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확보 등으로 에너지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산업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우덕=상하이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