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행위처럼 여겨져왔던 지상파 재허가 제도에본격적인 추천 심사를 도입한 것은 통합방송위원회가 출범한 2000년부터였다. SBS는 2001년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심사에서 KBS2와 함께 합격선을 훌쩍 넘는700∼750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어 무난히 관문을 통과했으나 이번에는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을 것이 예상됐다. 지난해 출범한 제2기 방송위는 올해 8월 23일 본격적인 재허가 추천 심사를 앞두고 "재허가 추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 책임 실현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더욱 실질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재허가 추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ㆍ언론개혁시민연대ㆍ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단체와 시민단체는 엄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심사기준 강화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방송위에 전달했다. 여기에 여당도 가세해 열린우리당 언론발전특별위원회와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의원들은 "민영방송의 사유화와 세습 등을 재허가 추천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KBS와 MBC에 이어 SBS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공박했다. 정가로 번진 공방은 9월 14일 SBS가 지역 기여와 수익의 사회 환원 미흡 등을 이유로 KBS와 iTV 등 9개사와 함께 2차 의견청취 대상에 포함되자 더욱 격화됐다. 한나라당은 `민영방송 장악 음모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나섰고 10월 6일 의견 청취가 이뤄진 뒤로도 문화관광부와 방송위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설전이오갔다. 이 과정에서 SBS는 10월 1일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에 노조와 합의하고 윤세영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SBS 경영위원의 사임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10월 12일에는 매년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그러나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결정 발표 직전에 잇따른 악재가 터져나왔다. 10월 20일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는 SBS가 90년 허가 당시 세전 이익금의 15%씩 사회에 환원한다고 약속해놓고 98년 이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MBC도 SBS의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을 통해 SBS 지배주주인 태영이 하수처리장 공사를 수주해온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SBS는 10월 26일 방송위가 34개 사업자 474개 방송국에 대해 재허가 추천할 때 함께 추천을 받지 못하고 MBC와 보류 대상에 올랐다. 윤세영 회장은 11월 15일 3차 의견청취에서 사회 환원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미납액 510억원 가운데 300억원을 3년에 걸쳐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5% 기부 약속이 사실상 허가 조건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다 미납액도 690억원이 맞다는 견해가 대두돼 SBS 허가 추천은 다시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은 11월 23일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방송위는 11월 29일에도 또다시 SBS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방송위가 내세운 이유는 사회 환원 관련 회계 검토와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한 것. 그러자 이를 두고방송위의 무소신과 눈치 보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SBS 노동조합도 "아직도 회계자료를 검토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면 지난 3개월간 방송위가 직무를유기해왔음을 자인하는 것이며, 여권과 일부 단체를 의식한 눈치 보기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져물었다. SBS를 둘러싼 논란은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다. 동아일보는 방송위가 이미 SBS의 점수가 합격선을 넘어섰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일자 신문을 통해 690.28점이라는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하며 "합격점을 크게 웃도는 점수를 주고도 추천을 세차례나 보류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방송위를 비난했다. 반면 언론노조는 3일 성명을 내 "3년 전 재허가 심사 때 SBS 상무 출신의 임형두 방송위원이 포함돼 있었고, 그가 15% 사회 환원 약속을 파기한 98년 주주총회등의 내용을 알 만한 위치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청문을 요구하기도 했다. 15% 사회 환원 약속이 허가 조건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체신부(정보통신부 전신)가 내준 SBS 허가장 부관사항의 "개설 허가 신청시 서약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문구가 사회 환원 약속과는 관련이 없고 "주파수 혼잡등의 영향을 받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적ㆍ기술적 부담을 진다"는 내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방송위는 허가 유효기간 만료를 25일 남겨둔 6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조건부로 재허가 추천을 의결함으로써 5개월여에 걸친 재허가 추천 심사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SBS는 정통부의 기술심사를 거쳐 재허가를 받으면 앞으로 3년 동안 방송 운영권을 받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