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해외로 샌다] '실태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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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의 핵심기술을 빼내는 산업스파이는 내부직원 소행이 대부분이다.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A)에 따르면 최근 기술유출 시도 중 69.4%가 국내외 경쟁사로 옮기면서 빼돌리는 경우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가정보원과 산업기술협회 조사에서도 퇴직사원의 기술유출 사고 비율은 각각 62.2%와 70.2%에 달했다.
근무중인 직원이 기술만 빼돌리는 사건도 최근들어 자주 발생한다.
지난 98년 이후 국정원이 적발한 산업스파이 건수 62건 가운데 현직사원이 저지른 기술유출이 18건을 차지했다.
◆내부직원 유출 심각=사내 직원에 의한 기술 유출이 빈번한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인력감축과 조기퇴직 등이 확산되면서 신분에 불안을 느낀 직원들의 충성심이 약화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 대기업의 연구원은 "중요 기술 자료나 연구실적을 암호 형태로 메모해 반출하는 등 평소에 자료를 따로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의 허술한 보안 상태도 기술 유출의 주요 원인.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보보안 예산이 매출액의 1% 미만인 기업이 80%를 넘었고,보안 담당 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13%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71%는 보안관리 규정 등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장치조차 없었다.
이와 함께 핵심 기술 인력에 대한 기업들의 관리가 소홀한 것도 문제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회사가 기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제대로 안 준다고 느낄 때 성실하던 연구원이나 엔지니어가 산업스파이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첨단기술 보호는 성과시스템을 제도화해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산업스파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였다.
법정 형량이 피해 규모에 비해 너무 낮은 데다 법원도 그동안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에 그쳤던 것.실제로 대법원은 올 상반기에 2001년 LG정보통신의 초고속통신망(ATM) 관련 신기술을 빼돌려 중국으로 유출시킨 국내 벤처기업 대표 이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이를 중국에 되팔려고 한 김모씨 등 2명에게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휴대폰 제조기술을 빼내려던 벤처기업 대표 양모씨도 대구고법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산업스파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르면 산업스파이의 경우 최고 징역 7년 이하의 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실형이 구형되는 사례는 거의 없어 산업스파이 근절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 법을 지난 7월21일부터 일부 개정해,고소·고발 없이도 처벌이 가능토록 친고죄 규정을 없애는 등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법원 판결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형량과 벌금을 결정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되는 실제 피해 금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 실형을 선고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