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초반부터 쟁점이 됐던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국회는 2일 하루종일 숨가쁘게 돌아갔다. 열린우리당 천정배,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3차례에 걸쳐 원탁회의를 열어 기금관리기본법 국민연금법 민간투자법 개정안 등 '한국판 뉴딜'관련 3개 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괄타결을 위한 최종 담판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네 차례나 늦춰졌고,양당은 의원총회를 세 번이나 열어야 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하루종일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는 뉴딜 관련 3개 법안을 일괄 처리하자는 데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하며 뉴딜 관련 3개 법안과의 일괄타결을 요구한 데 대해 열린우리당이 반발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의 수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일몰조항'을 추가하고,대기업 금융계열사 의결권 한도를 15%에서 20%로 완화하자는 것.또 열린우리당은 기금관리기본법과 관련,이사 임면에 대해 연기금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정부가 기업을 지배하려 한다"며 반대했다. 이밖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양측이 연금운용을 독립기구가 맡도록 하자는 데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독립기구의 성격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 들어 극적인 타결 가능성이 조금씩 감지됐다. 기금관리기본법과 공정거래법의 '빅딜'을 통해 접점을 찾는 분위기였다. 오후 6시께 협상이 일부 진전을 보여 '합의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수용불가'입장이 재확인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여야는 오후 7시께 세 번째 원탁회의를 열어 최종 절충을 시도했으나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에 전혀 변함이 없자 사실상 결렬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의원 총동원령'을 내리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할 채비에 들어갔다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이날 자정쯤 본회의장을 떠났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공정거래법의 본회의 처리를 약속해놓고도 거부한 것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것이며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열린우리당은 일부 의원들의 외국방문 등으로 단독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민주노동당 등에 본회의 참석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밤 긴급 의총을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의원들이 서둘러 국회의사당을 빠져나가면서 본회의는 자동 유회됐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