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둔 사채시장의 분위기가 스산하다. 예년 같으면 기업 및 개인의 연말 자금수요가 몰리면서 꿈틀댔을텐데,요즘은 '개점휴업' 상태다. 기업의 경우 '허리띠를 바짝 죄는 한이 있더라도 없으면 쓰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개인 신용대출 시장은 업계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채권회수만 이뤄지는 추세다. ◆썰렁한 사채시장 요즘 사채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BB+급 어음의 할인금리는 월 1.3∼1.5%에 형성된 가운데 소폭 등락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사채시장에서 돈을 끌어쓰려는 기업들도 크게 줄어 사실상 어음할인 금리가 별 의미 없는 실정이라는 게 일선 사채업계의 설명이다. 어음중개업체인 인터빌의 한치호 부장은 "자금수요가 발생해야 할인금리가 인상되겠지만 올해는 유달리 수요가 없어 금리의 움직임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명동에서 영업 중인 한 사채업자는 "재무담당 직원들의 전화나 방문이 거의 없고 어음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썰렁한'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세청의 사채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부동산시장 위축에 따른 소규모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 등도 사채업계를 한숨짓게 만들고 있다. ◆개인 신용대출시장도 개점휴업 대부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대부소비자금융연합회(한대련) 김명일 사무국장은 "상위 20위권 이내 대형 업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회사들이 신규 개인대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급전(急錢)이 필요해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대련 김 국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상호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을 완전히 끊었고,이후 개인들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소규모 대부업체들은 채권 회수에만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영업다운 영업을 하고 있는 상위권 업체에서도 개인들이 돈을 빌리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업체들이 개인신용평가 시스템(CSS)을 속속 도입,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고객에게는 일절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APLO파이낸셜 그룹의 경우 지난달 목표 대출액이 1백억원이었지만 실적은 40억원대에 머물렀다. APLO그룹 이재선 팀장은 "11월 실적이 목표치에 훨씬 못미쳐 12월에는 매출목표를 60억원으로 낮춰 잡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