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의 성장영화 '발레교습소'에서 발레수업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교습소에 모인 '별 볼일 없는'사람들이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대입 수능고사를 막 끝낸 민재(윤계상)와 수진(김민정)이 그들의 중심에 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방황과 혼돈은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그려진다.


순응주의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주인공들은 나름대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동년배의 시각으로 주인공들의 극단적인 감정을 묘사했던 귀여니 원작의 청춘영화 '늑대의 유혹'이나 '내사랑 싸가지'와 달리 이 영화에는 사춘기를 돌이켜보는 성인 감독의 시선이 배어 있다.


그러나 열아홉살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어른이 아닌 미성숙한 존재다.


민재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수진은 자기 적성과 정반대의 목표를 갖고 있다.


그들은 냉혹한 사회에서 순정을 침해당하거나 정의가 폭력에 짓밟히는 경험을 하는 '상처받기 쉬운 영혼'들이다.


감독은 주인공들이 기성 세대와 사회 관습에 대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로 자신을 감추려는 속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주요 공간배경으로 발레교습소가 채택된 데서 입증된다.


발레 수업에서는 반드시 자신의 몸매를 타인에게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것은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첫번째 절차라는 것이다.


'아줌마' 발레 선생(도지원)이 자세 교정을 위해 내미는 손길을 청소년 수강생들이 뿌리치는 모습에는 수줍음을 타는 청춘의 단면이 묘사돼 있다.


주인공들이 몸을 드러내는 데 익숙해지는 것과 정신적으로 한단계 성장하는 과정은 서로 일치돼 있다.


수줍음과 어색함이 묻어 있는 사춘기의 첫 키스 장면과 키스 후 감정처리 미숙으로 다시 다투는 장면 등에는 청소년 심리에 대한 여성 감독 특유의 관찰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발레교습소에 모이기까지를 다룬 20여분간의 도입부는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때 카메라는 여러 인물들에게 시선을 던지지만 지향점이 없다.


등장 인물들이 목표를 성취하기까지 드라마의 진폭도 너무 약하다.


3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