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예금,부동산의 명의신탁 행위(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등기·등록하는 행위)에 관한 제재규정과 방법,수준 등이 제각각이어서 법의 일관성·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은 상속·증여세법,예금은 금융실명제법,부동산은 부동산실명제법 등에 명의신탁 행위가 드러날 경우 처벌하도록 각각 규정돼 있다. 그러나 소관부처(주식.예금은 재경부,부동산은 건교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제재 여부와 제재 수준 편차가 방치되고 있는 것. ◆제재 수준 '따로따로' 현재 부동산과 주식의 명의신탁 행위에 대해서는 각각 과징금(부동산 가액의 30% 이내)과 상속·증여세(액수별 누진과세)가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예금의 경우엔 명의신탁이 이뤄졌더라도 실제 전주(錢主)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제재할 근거가 없다. 사실상 예금의 차명거래를 묵인하고 있는 셈이다. 제재받는 대상도 다르다.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법을 어긴 실소유주에게 과징금이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의 경우엔 실소유주의 부탁으로 차명인이 이름을 빌려줬다 하더라도 상속·증여세는 차명인에게 부과된다. ◆금융실명제는 차명촉진법?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주식 명의신탁의 경우엔 주로 부당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세금 부과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로 합의하고 이름을 빌려줬을 때는 차명인보다는 실소유주를 처벌하는 게 법적 논리에도 맞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실명제법 등 다른 법률과 연계해 검토할 문제라며 즉답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과세당국 관계자는 "부동산처럼 실소유주에게 과징금을 한번만 부과하면 될 것을 복잡하게 명의이전 단계별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똑같은 차명거래인데도 예금의 경우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차명거래 처벌규정은 없고,계좌추적은 어렵게 해놓고 있어 한마디로 '차명거래촉진에 관한 법률'이라고 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팔짱 낀 재정경제부 그러나 주무부처인 재경부측은 예금의 명의신탁 규제시 발생할 수 있는 자금의 해외유출 가능성 등 '현실적 어려움'과 '위헌 가능성'을 들어 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배우자 통장에 월급을 입금하는 등의 일상적 행위가 모두 명의신탁으로 처벌될 경우 '사적 계약' '사적 자치'를 훼손해 위헌소지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일각에서는 예금의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시 과징금 부과 및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