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4:32
수정2006.04.02 14:34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속칭 "천호동 텍사스"로 불리는 집창촌은 4차선 도로 바로 옆인데도 오가는 사람 하나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윤락가로 들어가는 골목에 자리잡은 새서울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이모씨(여)는 대뜸 "요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종업원 6명을 두고도 일손이 딸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죠.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9월부터는 하루에 밥 10그릇 팔기도 힘들어요.오후 2시가 돼가는데 당신(기자)이 첫 손님이요"라며 이씨는 한참 목소리를 높이다 가게를 내놓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잠시후 윤락가에서 1백m 떨어진 주택가에서 만난 주민 고순옥씨.362번지 23통 통장인 고씨는 집창촌 재개발 얘기가 나오자 반색을 했다.
"윤락가 이미지가 너무 강해 천호동에 산다고 하면 모두들 색안경을 끼고 봐요.
오죽하면 딸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시집 보내려면 다른 동네로 이사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겠어요." 고씨는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해선 하루빨리 집창촌이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두 달.천호동 일대는 집창촌 단속과 뉴타운 개발을 둘러싸고 뒤숭숭하다.
한때 1백70여개의 윤락업소가 '성업'하며 불야성을 이루던 '천호동 텍사스'는 5∼6년 전부터 시작된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48곳만이 남아 있다.
이마저도 지난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문을 닫은 상태다.
집창촌 폐쇄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천호동 일대는 연말께 발표예정인 '뉴타운 개발계획'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집창촌 일대 재개발을 바라보는 지역 내 시각은 '걱정반 기대반'이다.
당장 집창촌 단속으로 생계가 막막한 주변 상인들은 아우성이다.
10년 이상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정규씨(여)는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에 적어도 20명의 손님은 찾아왔는데,경찰단속이 시작된 9월부터는 손님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윤락업소 아가씨들이 세탁소의 주 수입원인데 그걸 (정부가)막고 있으니 장사가 될 리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업소 아가씨가 주 고객인 미용실은 상황이 더 안좋다.
집창촌 바로 옆의 진 미용실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다는 배모씨(여)는 "아가씨들이 돈을 못 버는데 머리 손질하러 오겠느냐"며 "하루 만원 벌이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윤락가 주변의 식당과 술집,화장품 가게,옷가게 등도 사정이 같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집창촌 주변 주택가 주민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주민들은 집창촌을 폐쇄하고 하루빨리 뉴타운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뉴타운 예정지로 지정된 지난해 말 이후 이곳 땅값은 이전보다 평당 2백만∼3백만원가량 올라 주민들의 개발에 대한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주민 박모씨(여)는 "집창촌 지역인 데다 낡은 단독주택이 많아 그간 집을 내놔도 이사오는 사람이 없었는데 재개발되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보였다.
집창촌과 관련없는 상인들도 주민들과 한 목소리를 냈다.
귀금속전문점을 운영하는 김경술씨는 "그동안 집창촌에 기대어 이 일대 상권이 발전해온 것도 사실이지만,장기적으로는 집창촌을 없애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석용 천호동 경제활성화대책위원장은 "지역경제를 살릴 최선의 방법은 뉴타운 개발을 빨리 진행하는 것"이라며 "집창촌 지역에 의류와 쇼핑상가 등 새로운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