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현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세금이나 연금 등 소비활동과 무관한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살림살이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어서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돼 소비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내년말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곳곳서 내수회복 걸림돌 통계청에 따르면 올 3·4분기(7∼9월) 중 전국 및 도시가구의 전년 동기 대비 명목소득 증가율은 각각 7.3%와 6.6%(실질소득 증가율은 2.8%와 2.2%)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계지출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6.8%와 5.9%에 그쳤다. 가계지출 가운데 내수와 직결되는 소비지출은 더욱 부진,전국 및 도시가구 평균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낮은 5.7%와 5.2%(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1.3%와 0.8%)에 불과했다. 이처럼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은 세금이나 연금 사회보험 차입이자 등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비소비지출액은 지난해 2·4분기 33만9천원에서 올 1·4분기 38만6천원으로 늘어난 뒤 3·4분기에는 사상 처음 40만원대로 올라섰다. 이로 인해 소비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소비지출÷가처분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우 올 1·4분기 78.3%에서 2·4분기엔 74.8%로 떨어진 뒤 3·4분기엔 73.6%로 가라앉았다. 손에 쥐는 돈이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당분간 위축된 소비심리에 불을 지피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 올해 3·4분기 전국 가구의 상위 20% 평균 소득은 하위 20%의 7.3배를 기록,1년 전(7.08배)보다 확대됐다. 도시가구도 상위 20%와 하위 20%간 소득격차가 6.82배로 1년 전의 6.64배보다 더 벌어졌다. 도시근로자 가구 역시 같은 기간 5.16배에서 5.35배로 높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득 상위계층은 소득증가율에 비해 지출증가율이 낮아 흑자 규모가 크지만 하위층은 소득이 적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나면 적자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하위 30%에 속하는 계층에서는 50.4%의 가구가 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은 적자가계를 꾸렸다. 전체 가구의 평균 적자비율 27.6%를 훌쩍 넘어선 것. ◆소비심리 언제쯤 회복되나 비소비지출이 늘어나고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소비심리 회복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LG투자증권은 이날 "적어도 내년 3·4분기까지는 가계 소비 축소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액 증가율(경상가격 기준)은 작년 동월 대비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LG투자증권은 "소매판매 증가율이 예상치인 4%를 밑돈 것은 가계의 구매의지가 미래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계속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이로 미뤄볼 때 가계소비 축소과정은 내년 3?4분기까지 지속되고 현재 3.4배 수준인 '분기별 소득대비 원리금(차입금+이자비용)' 배율이 3배 이하로 낮아지는 내년 4·4분기는 돼야 가계가 정상적 소비지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LG투자증권은 예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