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의 자존심 CDMA 기술이 송두리째 중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CDMA2.5세대 특허기술이 중국계 기업인 UT스타컴에 팔렸다는 소식이다. 두 눈 버젓이 뜨고 기술유출을 바라봐야할 상황이다. 기자는 3년 전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베이징에서 열렸던 CDMA 기술 로드쇼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CDMA 통신서비스를 막 시작했던 중국은 우리 기술을 얻고자 안달이었다. 그런 중국기업에 로드쇼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사건'이었다. 한국 업체들은 '나와 손잡자'며 경쟁적으로 기술을 보여줬다. 중국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한국기술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나라 CDMA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일부 업체들은 중국에 휴대폰 몇 대 더 팔아 돈을 벌었고,주가도 띄웠다. 그러나 3년을 가지 못해 기술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중국 수출의 단맛에 젖어있던 일부 한국 휴대폰 업체들은 중국 수출 물량 급감으로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CDMA 특허기술 매각은 그동안 진행돼 왔던 CDMA 기술 유출과정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다. 우리는 이제 'CDMA 종주국'이라는 자존심마저 잃게 된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가져간 CDMA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을 포위하게 될 것이다. CDMA 기술뿐만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자본을 축적한 중국기업들은 이제 기술확보를 위해 우리나라 업체들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 게임 '미르의 전설'로 돈을 번 중국 샨다(盛達)라는 게임업체는 한국 게임업체 사냥에 나서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다. 쌍용자동차가 그랬고,일부 LCD 관련 업체들도 그랬다. 우리가 지금 그나마 중국에 큰소리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기술이다. 중국이 탐내는 기술이 있기에 그들은 우리에게 협력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이번 CDMA 기술 유출은 그 역학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기술추격을 우려한다고 난리를 치면서도,있는 기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한우덕=상하이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