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한경 주거문화대상] 주상복합 부문 : 동양고속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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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속건설(대표 박청일)이 분당 정자동에 공급한 '파라곤'은 국내에 유럽풍 주상복합아파트 붐을 일으킨 원조로 꼽힌다.
단지안에 들어서면 아파트 전체를 시원스럽게 관통하는 아치형 단지내 도로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유럽의 유명 성채를 연상시키는 10m높이의 대리석 도로가 1단지를 지나 6층단지 약 5백m가량 이어진다.
지난 9월부터 이사를 시작한 입주자들도 주상복합 타운인 정자동의 개선문이라며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이 지역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탤런트 고현정씨의 컴백드라마인 SBS '봄날'의 촬영장소 헌팅 담당자들이 찾아와 섭외를 의뢰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정자동 '파라곤'은 핸디캡을 장점으로 극복한 대표적인 주상복합아파트로 꼽을 수 있다.
동양고속건설은 '파라곤' 공급 당시 일자형의 밋밋한 단지배치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 성남시로부터 단지 내에 20m도로를 만들라는 주문까지 떨어지자 분양 담당자들은 동 배치를 두고 새로운 고민까지 안게 됐다.
단지 내 도로가 동과 동 사이를 지날 경우 단지별 가구 수가 너무 적어지기때문이다.
오랜 회의 끝에 결국 3개층까지 희생하더라도 단지 중심을 관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단지형 도로를 시도해 보기로했다.
이를 위해 건축디자인 전문까지 초빙,고전 유럽식의 아치형 도로로 결정됐다.
문제는 통로의 높이였다.
구색만 갖출 경우 2층 정도도 충분했다.
박청일 사장은 "회사의 수익을 위해서는 6m높이로도 충분했지만 파라곤의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3개층을 희생해서라도 가능한 한 웅장하게 지을 것을 주문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설계와 단지조경에서도 정자동 '파라곤'은 동양고속건설의 간판 단지로 꼽힌다.
3백44가구가 모두 정남향으로 배치돼 있어 풍부한 일조권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84%에 달하는 전용률은 일반 아파트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단지 내부에 화이트가든 블루가든 아도니스가든 등 3개의 정원과 주민들의 쉼터광장을 별도로 마련해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지금은 웬만한 주상복합엔 다 갖춰진 시설이지만 파라곤 분양 당시에는 3백44가구 규모의 중소형 단지 내에 피트니스센터,골프연습장,실버하우스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는 점도 파격으로 꼽힌다.
동양고속건설이 지난 2001년 첫선을 보인 이후 '파라곤'의 고급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소품종 소량생산'의 원칙을 유지하고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제의가 들어오는 사업지 중 1%만을 선택적으로 골라,사업을 하는 '1%주의'를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주요 사업지에서만 아파트를 공급하고 사후 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1백캐럿 이상의 완전한 금강석'이라는 '파라곤'의 의미와 맞아떨어지는 경영철학이다.
실제 고급화 전략 덕분에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2001년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했던 '파라곤'1호의 설계와 단지 배치를 높게 평가한 강남구청은 다른 업체들에 단지 도면까지 받아다가 권장할 정도였다.
이러한 고급화 전략과 보수적인 경영전략 덕분에 동양고속건설은 건설업체 중 드물게 12년 연속 흑자 기록과 4년간 매출과 순이익이 매년 20%이상씩 늘어난 '20/20기업 클럽'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주택시장이 어려울 때일수록 고객들은 시공능력과 재무 안정성이 높은 건설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면서 "내년에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 하에 강남권 등 서울 주요지역에서 대형 건설사와의 시공경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