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의 '트리플 부진'으로 국내 경기의 하강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게다가 경기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경기동행지수가 7개월 연속 하락해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반도체 자동차 부문의 증가세 둔화로 작년 같은 달보다 5.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1월 4.7% 증가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며 두 달 연속 한자릿수 증가세이다. 업종별로는 휴대용 컴퓨터 등 사무회계용 기계 생산이 작년 같은 달보다 10.7% 줄어든 것을 비롯 섬유제품 비금속광물도 생산이 감소했다. 또 수출이 16.1% 늘었지만 지난 2월부터 8개월간 지속된 20%대 증가율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내수 출하도 2.2% 줄어들며 감소세가 이어졌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소비와 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표적 소비지표인 도·소매 판매는 지난달 2.3% 줄어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경기상황과 밀접한 자동차 판매가 8.9%나 감소해 소비 부진을 주도했다. 설비투자도 건설부문의 반짝 호조에도 불구 작년 같은 달에 비해 0.9% 줄어 2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 들어 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국내 건설 수주가 지난달 32.1% 늘어나 건설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으나 건설기성액은 올 들어 가장 낮은 4.8%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활동 전반이 부진함에 따라 경기 하강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5로 전달보다 0.4포인트 감소하며 지난 3월 이후 무려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감소폭도 전월의 2배에 달해 국내 경기의 하강 속도가 빨라졌음을 반영했다. 향후 경기전환 시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지난달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0.0%로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80%대에 재진입했다. 그러나 생산능력지수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4.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