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국제 금값이 온스당 4백50달러에 육박,1988년 6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요즘 들어 국제 금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로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아시아 지역의 재테크용 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국제 금값이 상승되는 또다른 요인이다.


오래 전부터 아시아 국민은 금을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특히 중국과 한국이 이런 경향이 심하다.


이 밖에 기존의 투자 수단인 주식과 채권,부동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재테크용 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국제 금값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위험 수위를 넘은 점을 감안하면 달러가치의 약세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돼야 어느 정도 축소가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의 금리인상 국면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금값의 상승으로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골드뱅킹이란 각종 금융회사들이 금과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고객을 상대로 팔고 사는 행위를 말한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골드뱅킹이 활성화된 지 오래다.


갈수록 단순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보다는 금스와프,금선물 등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과 중국,인도에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을 중심으로 골드뱅킹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선진국과 맥을 같이한다.


가까운 일본도 지난 80년 종합상사 다나카 기킨조쿠 고교가 금적립 플랜(GAP)이라는 상품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산와은행과 후지은행 등이 골드뱅킹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골드뱅킹을 도입한 시기가 아주 늦었고 도입한 목적도 달랐다.


지난해 7월에야 비로소 정책 당국이 그동안 밀수금 위주로 운영돼온 국내 금시장의 구조를 탈피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목적으로 은행의 부수업무로 골드뱅킹을 허용했다.


다행히 요즘 들어 국제 금값이 급등하고 주식,채권,부동산 등 기존의 투자 수단이 주춤거리면서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골드뱅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골드뱅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정책 당국은 은행들이 외국에서 금수입시 부담이 높은 관세 면제 등의 혜택으로 밀수금과의 가격차를 줄여주고 까다로운 회계 기준을 대폭 손질해 줘야 한다.


금융회사들도 변화가 심한 금값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다양한 금관련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해 놓아야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가능하다.


재테크 생활자들은 국제 금값이 모든 상품가격 가운데 가장 변화가 심하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