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2.카스코)이 국내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공인대회인 2004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총상금 355만달러)에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첫날 공동 2위에 올랐던 양용은은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어려울 정도의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26일 제주 중문골프장(파72. 7천454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1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3오버파 75타를 쳐 중간합계3언더파 141타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나상욱(21.코오롱엘로드)도 보기 5개를 범하기는 했지만 이글 1개, 버디 1개로 2오버파 74타를 쳐 양용은과 3타차 공동 4위까지 올라섰다. 이날 2라운드는 엄청난 바람 때문에 38명의 출전 선수 전원이 오버파 스코어를 내는 수준 이하의 경기로 펼쳐졌다. 그러나 제주도 출신으로 이곳 날씨와 코스에 익숙한 양용은에게는 오히려 최고 초속 14m의 강한 바람이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출발을 좋지 못했다. 양용은은 3번홀(파5)에서 직접 그린을 보고 친 두번째 샷이 턱없이 짧아 카트도로 옆 나무 사이에 떨어지는 바람에 탈출에 애를 먹다 결국 더블보기를 범했다. 5번홀(파3)에서도 1타를 잃은 양용은은 1라운드에서 첫 이글의 행운을 가져다준 7번홀(파5)에서 이틀 연속 이글을 잡아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양용은은 이어 10번홀(파4)에서도 가볍게 버디퍼트를 집어넣어 보기를 남발하는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후반 보기 3개를 추가했지만 공동 2위 그룹에 2타 앞서 단독 1위로 나서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양용은과 함께 한국인 선수의 체면을 살린 것은 나상욱(21.코오롱엘로드). 나상욱은 1번홀(파4)에서 약 50m짜리 어프로치샷을 그대로 홀 안에 넣으며 버디를 낚아 쾌조의 출발을 보였고, 11번홀(파5)에서도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고 나서 가볍게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는 등 쾌조의 샷 감각을 과시했다. 한때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던 나상욱은 그러나 막판 연달아 보기를 저질러 2버파 74타로 2라운드를 마감했다. 나상욱은 중간합계 이븐파 144타로 파라과이의 골프영웅 카를로스 프랑코, 남아공의 신성 트레버 이멜만과 나란히 공동 4위에 올랐다. 나상욱은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면서 "14번홀에서는 2m짜리 퍼트를 잘 쳤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6㎝나 빗나갔다. 여기서 버디를 잡았으면 흐름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전날 단독 1위였던 테드 퍼디(미국)가 2라운드에서 12오버파로 추락한 가운데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브라이언 베이트먼(미국)이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출전선수 가운데 가장 세계랭킹이 높은 해링턴(6위)은 전반에는 보기 4개를 범하는 부진을 보였지만 후반 9개홀은 버디 1개, 보기 2개로 비교적 선방하며 양용은을 2타차로 추격했다. 지난 3월 PGA 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생애 첫 톱10(3위)의 감격을 누렸던 베이트먼은 버디 2개와 보기 5개를 기록해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로 해링턴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날 4오버파 76타를 쳐 체면을 구겼던 '탱크'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이날도 악천후를 극복하지 못하고 버디 2개에 보기를 7개나 범하며 중간합계 9오버파 153타로 30위에 그쳤다. 최경주는 "대체로 샷은 어제보다 좋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어제보다는 잘 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거센 바람 때문에 샷을 많이 혼동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파 장익제(31.하이트맥주)와 박노석(37.P&TEL)도 이날 각각 4오버파, 8오버파를 치며 전날과 마찬가지로 30위권 바깥에 머물렀다. (서귀포=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