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는 무슨..심부름 센터지"..경제硏 연구원의 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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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구소들이 무슨 연구소입니까? 심부름 센터지…."
민·관 연구소의 위원급 연구원들 사이에서 요즘 부쩍 자주 듣게 되는 푸념이다.
유력 경제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24일 기자와 만나 "요샌 보고서를 쓰려면 더럭 겁부터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얼마 전 현 경제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가 연구소 전체가 정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에도 연구소의 정기간행물에 게재하기 위해 자신이 쓴 글이 "과천에서 보면 싫어할 것"이라는 '내부 검열'에 걸려 휴지통에 들어가고 말았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그는 "YS나 DJ 때도 압력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강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적어도 전문가 대접은 해줬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전문가가 필요없는 나라"라고 그는 격정을 토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연구위원들은 주요 연구작업에서 제외되거나 작업에 참여하더라도 부분적인 일밖에 맡지 못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상당수 연구소들이 선수들(전문가)은 전부 골방에 처박아 놓고 정부 구미에 맞는 몇몇 연구원들(그는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만 데리고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며 "그런 보고서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근 한 경제연구소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른 기관보다 높게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제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재정경제부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지금 한국의 금융시장은 전·현직 재경부 관료들이 꽉 틀어쥐고 있다.
관료와 시장은 원래부터 상극이다.
관료들이 시장을 통제하는 한 한국의 금융시장은 발전하기 어렵다."
'경제위기론은 음모'라는 당국의 공세가 시작된 지난 봄 이후 이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