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이 환율급락으로 울상이다. 여유자금의 분산투자 차원에서 가입했던 외화예금이나 해외투자펀드 등의 투자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대치동지점장은 "달러자산과 연계된 상품에 가입한 PB고객들이 환율급락으로 인해 적지 않은 투자손실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PB고객들이 주로 가입한 외화자산 관련 상품은 해외투자펀드,외화예금,환율연동정기예금 등 세 가지다. 외국자산운용회사들이 운용하고 국내 은행·증권사에서 판매대행한 해외투자펀드 수익률은 최근 한달여만에 원화기준으로 7∼10%가량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0월 중순 1천1백50원대에서 최근 1천60원대까지 수직하락한 탓이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해외채권펀드 60개 중 지난 16일 현재 원화기준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54개 펀드가 '원금손실' 상태다. 피델리티의 미 하이일펀드는 달러화 표시로 8.7%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원화기준 수익률은 -0.41%다. WIP 미국 고수익채권펀드도 원화기준으로 -6.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역시 1백30개 펀드 가운데 63개가 원화기준으로 원금손실 상태다. 이재순 제로인 팀장은 "최근 달러가치가 급락하면서 원화 환산 수익률이 떨어졌다"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은 고객은 엄청난 환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디노미네이션(화폐액면의 절하)'이 부상했던 지난 9월께 원화를 달러화로 바꾼 PB고객들도 손해가 막심하다. 시중은행의 강남 PB센터 관계자는 "화폐액면절하 논의가 있을 무렵 많은 PB고객들이 달러당 1천1백60원대에서 달러를 사거나 달러예금에 가입했다"면서 "달러를 비싸게 샀다고 후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달러예금 금리는 현재 연 2.5% 수준(6개월 이상)이다. 그런데 지난 9월 이후 달러가치는 7% 이상 하락하면서 원화기준으로 달러예금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져버렸다. 은행권이 올 하반기 들어 틈새상품으로 판매해왔던 환율연동정기예금도 수익률이 모두 0%로 확정됐다. 환율연동예금은 환율이 일정 수익범위에 머무르면 연 6∼7%의 수익을 보장하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0%로 떨어지게 설계돼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천64원까지 급락하면서 예금수익률이 0%로 고정돼버린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