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대한해운의 지분을 최대 4.99% 확보키로 함에 따라 40년 넘게 이어져온 두 회사간 협력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두 회사의 창업자인 박태준 포스코 비상임고문(77)과 이맹기 대한해운 명예회장(79)은 1960년대 초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함께 일하는 등 40여년간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지분 매입의 막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19일 포스코 고위관계자는 "대한해운의 요청을 받아 들여 지분 매입을 통해 대한해운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이사회 결의 절차를 밟은 뒤,계획대로 지분을 매입하면 대한해운의 우호지분은 37.95%로 늘어나 골라LNG측(우호지분 30.56%)의 경영권 위협은 사실상 소멸된다. 포스코가 대한해운의 백기사로 나선 데는 국가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해운사가 외국계에 넘어갈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해운은 15만∼20만t의 대형 광탄선 9척과 핫코일 제품선 2척을 포스코 전용선으로 투입,운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창업자간 끈끈한 관계가 없었으면 포스코가 쉽게 대한해운 백기사로 나서진 않았을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6기인 박태준 고문과 해군사관학교 1기인 이맹기 명예회장의 인연은 60년대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고문은 5·16쿠데타가 발발한 직후인 61년 7월부터 박정희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 비서실장을 지낸데 이어 63년말까지 상공담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해군 함대사령관(소장)이었던 이 명예회장도 62년 9월부터 2년간 해군참모총장 겸 최고회의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63년과 64년 각각 육군 소장과 해군 중장으로 예편한 두 사람은 64년말 이후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인연이 깊다. 박 고문이 포스코의 전신인 대한중석광업의 사장으로,이 명예회장은 국영기업인 해운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 두 사람은 특히 68년엔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과 대한해운 사장이 됐으며 이후 20년 이상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친분을 쌓아왔다. 81년 2월 박 고문이 한일경제협회 회장으로 취임할 때 이 명예회장은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한해운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1976년에 포항종합제철과의 철광석 및 원료탄 장기운송계약이 사업기반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고 밝힐 정도다. 포스코와 대한해운은 이번 지분매입 배경에 대해 두 창업자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하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두 분이 각별한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지분매입은 최고경영자들의 현실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