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는 EBS 수능강의가 상당부분 반영돼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대한 의지가 확인됐다. 지난 6월,9월 두차례의 모의평가에 이어 수능에서도 교육방송(EBS) 수능강의 내용이 과목별로 80%가량 반영됐다. 출제위원장인 노명완 고려대 교수는 "EBS 강의를 수능과 연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학교수업을 충실히 하고 EBS를 통해 공부해온 학생은 EBS 반영도를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문내용까지 같았다=EBS 수능강의 내용은 영역·과목별로 △지문을 확장·축소 △도형 삽화 그림 사용 △상황 활용 △중요지식 개념 원리 어휘를 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반영됐다. EBS 분석에 따르면 전체 5개 영역 5백60문항 중 EBS 강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문제가 4백63개(82.6%)에 달했다. 언어영역은 60문항 중 52문항(86.7%)이 EBS 강의내용을 반영했다. 현대시 '낡은집'(이용악),고전소설 '최고운전',고전시가 '도산십이곡'(이황) 등이 EBS 교재에서 출제됐다. 특히 현대시 '은행나무'(곽재구)는 EBS 교재에서만 다뤄졌던 것이고 현대소설 '메밀꽃 필무렵'(이효석)의 지문은 교재의 내용과 일치했다. 수리영역은 '가'형이 82.5%,'나'형은 83.3%가 EBS 교재와 연관됐다. 가형 8번과 28번(미분과 적분),나형 8번 등은 개념 및 원리를 반영했고 가형 22번,나형 17번 등은 소재를 활용했다. 외국어영역에서도 50문항 중 41문항(82%)이 EBS와 연계돼 출제됐다. 특히 지문이 거의 동일한 문제가 3,6,19번 등 10문항에 달했다. 탐구영역은 과목별로 달랐지만 대부분 75∼90%까지 반영됐다. 사회탐구영역에서 75(정치)∼85%(세계사),과학탐구영역에서는 80(물리II·지구과학I)∼90%(생물I·II)까지 EBS 수능강의를 활용한 문제들이 출제됐다. ◆학생 반응은 엇갈려=학생,교사나 학원가도 EBS 반영비율이 높았다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일부 학생은 대부분의 문제가 EBS 교재뿐 아니라 다른 문제집이나 교과서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명사대부고 이경은양(19)은 "EBS 교재에서 나온 것과 유사한 문제가 많이 출제된 것 같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황지애양(20·대구원화여고졸)은 "언어영역에선 EBS에서 봤던 지문이 그대로 나온 게 꽤 있었다"고 말했다. 이화여고 국어교사인 노상예씨(35)도 "언어영역의 '메밀꽃 필무렵'이나 '최고은전' 같이 교과서나 EBS 교재에서 봤던 지문이 그대로 출제돼 체감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성동고의 김명훈군(19)은 "EBS에서 많이 출제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EBS가 아닌 다른 교재로 공부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