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가 발표한 12월 결산 상장 제조업체의 3분기 실적은 전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을 숫자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의 순이익이 6백4%나 급증한 점이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형화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나홀로 호황'을 만끽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자금중개라는 '공적' 역할보다는 지나치게 수익위주의 경영에 치중,가계와 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실적 차이 12월 결산 상장회사 5백44개사(제조업 5백34개사,금융업 10개사)의 실적을 보면 제조업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1.66%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1.44%와 8.65% 줄어들었다. 경기불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 제조업의 성장 동력 잠식에 대한 우려도 갖게 한다. 업종별로는 건설,기계,전기전자,운수장비,섬유의복,비금속광물 등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악화됐다. 반면 은행을 주축으로 한 금융업은 전분기에 비해 매출은 2.02%,영업이익은 4백67.13%,순이익은 6백4.71% 각각 증가했다.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내수불황에도 은행의 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 지속된 구조조정의 결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997년 말 은행 수는 33개,은행의 평균 자산규모는 18조5천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 수는 19개로 줄어든 반면 은행의 평균 자산규모는 60조5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자산 기준으로 할 때 전체 금융산업에서 은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말 38.5%에서 작년 말 58.6%로 늘어났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것은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데다 리스크가 작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안정적인 이자마진 확대,수수료수입 증대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된다"고 풀이했다. ◆지나친 수익경영은 문제 은행 실적호전의 직접적인 배경은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수입 등에 따른 비이자수익의 개선이다. 지난 2002년 말 1.97%포인트였던 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대출금리평균-수신금리평균)는 2003년 말 2.09%포인트로 높아졌다. 올 들어서도 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2004년 7월 2.12%포인트,8월 2.15%포인트,9월 2.23%포인트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발빠르게 내린 반면 대출금리 인하는 뜸을 들였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도 급증추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민은행의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등과 관련된 원화수수료 수입은 전년 동기에 비해 12.5%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자동화기기 수수료 수입도 전년 동기보다 12.8% 늘어났다. 은행의 이 같은 '나홀로 호황'에는 비판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은행들이 국민경제의 전체 이익을 위한 '공적'기능을 도외시한 채 과도하게 수익 창출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자금중개를 하면서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은 그만큼 기업과 가계의 비용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은행이 과도한 이익을 내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