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에선 수리 '가'형과 외국어영역이 까다롭게 출제됐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외국어영역에서 어려운 문제로 꼽혔던 문법·어휘문제와 수리 '가'형의 응용문제를 풀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고득점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교과과정의 핵심적인 내용은 과거에 출제됐다 해도 문항 형태 등을 달리해 출제된 데다 편중되거나 지엽적인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제위원의 37%를 고교 교사로 구성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수능에 보다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점도 학생들이 문제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이번 수능은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수험생이 원하는 과목을 고를 수 있는'선택형'으로 치러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수능을 출제한 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간 문항의 상호 검토 등을 통해 난이도를 비슷하게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히고 있다. ◆언어=많은 지문이 교과서에서 나왔고 길이도 지난해보다 짧아졌다. 듣기와 쓰기는 평이했고 어휘·어법 문제도 모의고사에서 많이 다뤄진 유형이 나왔다. 문학 지문 가운데 곽재구의 '은행나무'를 제외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황의 '도산십이곡' 등은 익숙한 작품이었고 작품 수도 지난해보다 2개 줄어든 6개였다. 공익광고의 광고문구 의미를 묻는(홀수형 7번) 등 창의적 사고와 관련된 문제가 6문항 정도 출제됐으며 '도토리'란 발음을 가상의 새 문자로 표기하는 방법을 물어 창의력을 측정하는 문항이 이색적이었다. 다만 문학 부문에서 시에 대한 문제가 양적으로 많아졌고 비문학 부문에서 우리말의 유래에 대한 지문이 까다로웠다. ◆수리=기본적 계산능력 및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법칙의 이해를 확인하는 문제가 많았다. '가'형(자연계)은 다소 어려웠고 상대적으로 '나'형(인문계)은 평이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형의 경우 수학1의 무한급수와 극한,확률·통계 부분에서 어려운 문제가 나왔고 수학2에선 적분 문제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가'형에서는 다항함수의 미분법 비중이 높아졌고 '나'형은 확률단원이 줄어든 대신 통계단원이 비중 있게 출제됐다. 사회적인 이슈가 된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17번) 등 실생활과 관련된 이슈를 수학적 개념과 방법을 이용해 해결하도록 한 문제가 '가' '나'형 모두에서 출제돼 이색적이었다. 단답형 문항이 30% 출제됐다. ◆외국어=출제 범위가 공통영어에서 심화·선택과목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어휘와 지문 수준이 높아졌다. 또 문법 문제가 많아지고 문장 길이도 길어졌다. 50문항 중 듣기·말하기 문항이 17개,독해·작문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이 33개였다. 지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문제(36,37번)와 문법력과 어휘력을 측정하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23번,24번)가 출제됐다. 특히 어휘추론 문제가 어법문제 유형으로 출제되면서 어법유형의 문제가 전년도보다 2개 늘어난 셈이 됐다. ◆탐구=다양한 난이도의 문제가 나왔으나 선택과목간 난이도는 비슷했다. 사회탐구의 경우 고구려사의 한국사 귀속,미디어 선거운동 등 시사적인 내용도 출제됐다. 과학탐구도 놀이공원,두부 제조,폐플라스틱 재활용,대체에너지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소재로 한 문항이 눈길을 끌었다. 또 개념의 이해와 적용에 해당하는 문항이 40% 이내에서 출제됐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항이 다수 포함됐다. ◆제2외국어·한문=교육과정내에서 기초적인 외국어 능력과 한문 이해능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제2외국어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정한 과목별 기본어휘표와 의사소통 기능 예시문,사용가능 문법 사항의 범위 내에서 문제가 나왔다. 다양한 상황을 설정한 대화문과 달력,안내문,시간표,퍼즐,사진 등을 활용한 문항이 많았다. 한문시험에는 속담과 격언,명언과 명구,산문문장,한시를 활용한 문항이 출제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