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예산은 어떻게 짜라는 건지.내년도 세수 규모를 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정부·여당이 부동산 등록세를 0.5%포인트 추가 인하(개인간 거래시)키로 합의,부동산세 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한 16일.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련 중앙정부 부처는 "이제 공은 당(열린우리당)으로 넘어갔으니 홀가분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딴판이었다. 특히 재산세 등 부동산보유세가 자체 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초단체 재무담당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기준시가 9억원 이상 주택 등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타깃이 된 서울 강남구,중구,서초구,송파구 등은 대략적인 예산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그동안 부동산보유세 개편안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밀고당기기를 계속해 내년도 세수규모를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정부안이 마련됐으니 주택세 정도는 계산해 볼 수 있으나 부동산보유세 과표자체와 세율이 완전히 달라져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리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지자체 예산을 짤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국내 전체 주택의 절반을 차지하는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등은 아직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도 잡히지 않았다. 정부 일정에 따르면 내년 4월께나 국세청 기준시가와 비슷한 단독주택 과표가 마련될 예정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적어도 이 시기까지는 완전한 세수 규모를 알 수가 없게 돼 있다. 광역자치단체도 불만이다. 서울시는 며칠 전 내년도 예산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부동산 등록세를 추가 인하하면서 예상 세수규모는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밝혔다. 부동산시장 안정,공평과세,재정 불균형 해소 등 과세정책을 통해 정부가 실현하려는 정책목적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선 지방자치를 도입한지 10년이나 지난 상황에서 지자체가 내년 살림살이 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면 그 작업은 명분이 옳더라도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