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영어를 파괴하는 `치명적 바이러스'란 혹평을 받았다. 문법이 틀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조잡한 어법으로 영어를 난도질하는 부시 대통령이나 현란한 어법으로 영어 단어의 의미를 왜곡해 본질을 흐리는 블레어 총리 모두가 다 `영어의 적'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BBC 라디오의 시사대담프로그램 `투데이'의 진행자인 원로 언론인 존 험프리는 16일 펴 낸 저서 `할 말을 잃다'(Lost for Words)를 통해 두 정상이 동사 사용을 회피하고 동사를 사용해야할 자리에 명사를 비틀어 집어넣고, 같은 말을 끝없이반복해 `죽은 말'을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사전에도 없는 말을 수시로 사용하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 "모국어인 영어를 제2외국어 같이 사용하는 인물"이라고 혹평하면서 "그의 발언은 정치적인 조작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험프리는 부시 대통령이 자유, 진실, 민주주의 등의 단어가 가지는 어감을 완전히 무시한 채 총알을 쏟아내듯 이런 단어를 남발하고 있으며 지겨울 정도로 반복함으로써 고귀한 단어를 `죽은 단어'로 만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블레어 총리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동사를 사용해야 하는 자리에 명사를 억지로사용함으로써 영어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험프리는 블레어 총리가 `새로운 도전,' '우리의 젊은 세대를 위한 더 밝은 미래,' `국내외에서 성취의 시대' 등 동사가 없는 명사구를 사용하는 교묘한 기법을동원해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사를 사용하면 행동의 주체가 명백해 지기 때문에 동사 사용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영어는 멍들고 있다는 것. 험프리는 블레어 총리가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란한 말솜씨로 주체가 애매모호한 명사구를 남발해 청중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후배기자들에게 `의미를 명확히 해 달라'고 수시로 주문할 것을 요청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