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휘발유가 잘 팔리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고품격 서비스를 찾는 드라이버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호텔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웰빙형 주유소도 나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고급 휘발유란 옥탄가 94 이상의 휘발유를 뜻한다.


옥탄가는 휘발유의 안티 노크성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노크 현상은 연소시 연소가스 압력의 상승으로 피스톤·실린더 등에 가해지는 충격을 의미하는 것으로,안티노크성(옥탄가)이 높을수록 엔진에 충격을 덜 주게 된다.


따라서 고급 휘발유를 쓰면 엔진의 잔소음이나 떨림을 크게 줄여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엔진 출력과 연비도 향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업계 최초로 고급휘발유만을 전용으로 판매하는 고품격 주유소를 지난 1일 오픈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카젠'(KAZEN)이 그 주인공.'카젠(KAZEN)'은 황제라는 뜻의 '카이저(Kaiser)'와 최고를 뜻하는 말인 '제니스(Zenith)'의 합성어.실제 이 곳의 서비스도 이름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우선 이 주유소 소장은 스위스 호텔학교를 졸업하고 해외 유명호텔에서도 근무한 이색경력의 소유자.직원들도 대부분 국내 유명호텔 레스토랑 등 서비스 직종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실력파들이다.


주유원 1명이 고객응대와 주유서비스를 도맡아 하는 기존 주유소와 달리 이 곳에서는 고객 차량 1대당 팀장 주유스태프 서비스스태프 등 3명이 밀착 서비스를 한다.


주유소 회원에게는 기존 주유소 보너스 카드의 3배에 달하는 적립 포인트가 제공되고 월 1회 전문 세차팀의 공짜 손세차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세차를 하는 동안 운전자는 2층 라운지에 마련된 인터넷 및 엔터테인먼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국제 F3 자동차경주대회용으로 지난해 첫 공인된 이 고급휘발유의 가격은 ℓ당 2천원.일반 휘발유보다 3백∼4백원 정도 비싸지만 "차별화된 최고의 서비스를 받아본 운전자들은 기름값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는 것이 강태안 소장의 설명.


고급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도 느는 추세다.


SK㈜는 '프리미엄 가솔린' 취급소를 74곳까지 늘렸다.


지난해 7월 12곳에서 9월 50곳,올 5월 66곳 등으로 늘렸으며,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LG칼텍스정유도 지난해 12월부터 일반 휘발유보다 ℓ당 1백∼1백30원 가량 비싼 고급휘발유를 출시,수도권 24개 주유소에서 판매하던 것을 최근 수요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29곳으로 늘렸다.


LG칼텍스정유의 고급휘발유에는 가속성 첨가제가 들어있는 게 특징.셰브론 오로나이트(Chevron Oronite)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가속성 첨가제를 투입해 순간 가속력을 높인 것.여기에 고순도 엔진청정기능 첨가제까지 투입,엔진 내부의 불순물과 찌꺼기를 방지하고 불완전 연소와 매연 발생을 최소화시켜 주는 장점이 있다.


SK㈜ 관계자는 "고급 휘발유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수요에 부응하는 고객만족 차원에서 공급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럭셔리카를 선호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고급 휘발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