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謝意)대독 총리." "야당과 가열차게 싸우는 돌격대장."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으로 국회 파행사태가 빚어진지 10여일 만에 가까스로 정상화된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총리를 향해 쏟아진 야당 의원들의 발언들이다. 첫 질문자인 김문수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총리를 몰아붙이는데 소모했다. 이 총리의 '차떼기 정당' 발언에 대한 한풀이를 하는 듯했다. 열린우리당도 이에 뒤질세라 거친 표현을 동원,방어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정책 질의는 아예 '뒷전'이었다. 다음날,여야간 싸움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막말의 극치'를 보여주며 하루종일 공방과 질문 중단이 거듭됐다. "무식하다.꼴통이다"는 예사이고,"어디다 반말하나" "너나 품위 지켜라" "야 임마"등의 낯 뜨거운 말들이 오가며 초반부터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이 이 총리를 답변대로 부른 뒤 질문을 하지 않은 채 돌려보내는'망신 전술'을 구사한데 이어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의 헌재를 향한'사법 쿠데타'발언이 나오면서 공방은'절정'에 달했다. "열린우리당이 의석 50% 이상을 차지한 국회는 해산돼야" "웃기고 있어" "헌재 국정감사장이냐" "쇼하는 자리가 아니야" 등의 발언이 터져나왔다. 열린우리당은 국회가 파행을 계속하자 "국민을 바라보며…"라고 한나라당에 등원을 촉구했었다. 한나라당도 등원 명목으로 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틀간의 대정부 질문에선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에 대한 예의도 잃었다. 상대방을 향한 격렬한 적의만이 본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특히 초선의원들이 공격의 선봉에 섰다. 이때문에 "절반 이상 물갈이된 17대 국회도 별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정부 질문의 무용론도 고개를 서서히 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상생'을 강조하면서도 상대당을 비난하는데 바빴다. 자성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15,16일 경제·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뭔가 달라질까.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