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 이후 대내외 외환시장이 격변하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아시아 통화를 대상으로 한 평가절상 압력이다. 특히 무역불균형이 심한 중국과 한국에 대한 압력이 그 어느 국가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엔화 가치는 강세가 예상되나 그 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내년말까지 엔화 환율은 1백5∼1백10엔 범위대에서 중심 환율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1백엔 밑으로 하락할 것이란 시각도 있으나 현 시점에서의 과다한 환율하락은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 개입이 예상된다. 이미 '1유로=1.30달러'를 넘어 초강세를 보이는 유로화 가치는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확대가 순조롭지 못하고 올해 5월에 편입된 신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기존 회원국과의 경제력 편차로 경기회복세가 완만하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제외환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은 중국의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위안화 가치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제는 고정환율제가 포기될 것이란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높아진 통상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정환율제는 포기돼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2기를 맞아 추진할 부쇼노믹스의 최대 과제로 대두된 '경상수지적자 해결'을 위해서는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축소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중국내 외환수급에 의해 결정하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것이 확실시된다. 과도기적인 단계에서는 중국과 교역비중이 높은 몇몇 국가의 통화가치 움직임과 연동시키는 이른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 기간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 통화가치의 적정수준을 파악하는 환율구조모형,경상수지 균형모델을 통해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따져보면 지금의 중심환율 수준보다 약 20% 절상된 '1달러=6.9위안'으로 추정된다. 물론 한꺼번에 가느냐,단계별로 가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으나 환투기 문제를 감안하면 한꺼번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캐나다와 호주 달러화는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인인 영어사용권과 원자재 대량 보유요인을 갖춰 경기가 호조세를 띨 것이라는 점에서다. 원화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외적인 요인만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는 절상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원화와 동조화가 심한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외화수급측면에선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포트폴리오 자금도 노사불안 등으로 신규 투자를 기다려 보자는 게 요즘 국제금융시장 분위기다. 문제는 그동안 고환율 정책으로 매수에 나섬에 따라 지나치게 많아진 보유달러화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외환당국이 조절해 나가면 최근과 같은 악순환(시장방치→환차손 증가→보유달러 출회→환율급락) 사태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외환당국의 환율하락 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적인 목적이 결부된 외환정책 운용은 정책당국자의 무능만을 확인시켜 줌을 인식해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