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들의 '웰빙파크'...'여기선 나도 황제님' .. '중국 청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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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여년 전 연암 박지원 선생이 압록강을 건너 육로로 찾아갔던 열하(지금의 청더:承德)를 뱃길을 거쳐 따라 나선다.
유명한 고전 '열하일기'는 1780년 연암 선생이 8촌형 박명원을 따라 조선의 사신 일행과 함께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칠순연에 참가하기 위해 열하까지 갔던 여정과 감회를 담은 기행문.
연암 선생 일행은 두 달여 넘는 기간 천신만고 끝에 연경(베이징)에 도착했으나 황제가 열하로 피서를 떠나고 없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쩔수없이 열하까지 또 다시 2백50km에 달하는 길을 재촉해야 했던 연암 선생 일행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지금도 베이징에서 청더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놀며 쉬며 갈 수 있는 인천에서 톈진(天津)까지 26시간의 뱃길이 오히려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베이징에서 청더까지는 버스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2차선 도로에다 앞에서 차 사고라도 나면 중국인들의 '만만디' 성향에 몇 시간이고 버스에서 기다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남의 나라 황제의 명을 받고 닷새 만에 열하에 도착하기 위해 하룻밤에 아홉개의 강을 건너고(열하일기 중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한밤 중에 만리장성을 넘어야 했던(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 연암 선생 일행에 비하면 버스 안에서 아직 개발이 덜된 중국 농촌의 현실을 논하고 배고프면 컵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는 후손들의 여정은 '호사'이지 싶다.
게다가 내년엔 베이징에서 승덕까지 2시간만에 갈수 있는 고속도로가 뚫린다고 하니 앞으로는 길에 대한 걱정을 접어도 될 것 같다.
청나라의 역대 황제들은 베이징의 더위를 피해 4월에서 9월까지 청더에 있는 '피서산장'에 머물렀다.
청더는 한 여름에도 섭씨 28도를 넘는 적이 없다고 하니 피서지로서는 제격이다.
그러나 청나라 황제들은 단순한 피서 목적보다는 몽고족을 비롯한 주변 소수민족들을 달래고 통치하기 위해 이곳에서 6개월이나 지냈다고 한다.
피서산장 정문에 '여정문(麗正門)'이라는 글씨가 한자뿐 아니라 몽고어,위구르어,티벳어,만주어등과 함께 씌여져 있는 것은 청 왕조의 이민족 융화정책을 엿볼수 있게 한다.
피서산장은 1703년 강희제 때 만들기 시작해 87년이나 지난 1790년 건륭제 때 완성됐다.
총면적 5백64만㎡(약 1백70만6천평)에 성벽 길이만도 10㎞에 이른다.
베이징 이화원의 2배 크기다.
피서산장의 내부는 궁정구,호수구,평야구,산지구로 나뉜다.
궁정구는 이름 그대로 왕이 기거하며 정무를 돌보던 궁전이다.
정문인 여정문을 지나면 바로 궁전구로 들어선다.
우선 '피서산장(避暑山莊)'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는 내오문이 마주선다.
이 편액은 강희제의 친필인데 '천하통일'의 의미를 담기 위해 일부러 '피(避)자'에 한획을 더 그었다고 한다.
내오문을 지나면 '담박경성(澹泊敬誠)'이라는 현판이 걸린 정전이 나온다.
담박경성전은 청나라 황제가 외국의 사절단등을 접대하던 곳인데 연암선생이 동행한 사신 일행은 이곳 문밖에서 약소국의 설움을 삭이며 치욕적인 삼배구고례(三拜九叩禮)를 해야 했다.
사실 피서산장은 평야와 산지가 넓지 궁전구의 면적은 그다지 크지 않다.
건축물도 자금성처럼 웅장하고 화려하기 보다는 꾸밈없이 소박하고 단아한 느낌이다.
누군가는 느끼한 중국음식이 아니라 담백한 한식에 가깝다고 평했다.
궁전구를 벗어나면 호수구가 펼쳐진다.
호수가 많은 강남지역의 풍광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한 시간여 산책삼아 걸어서 돌아볼수도 있지만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며 마치 황제나 황후가 된듯한 기분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1인당 30위안 정도의 비용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호수를 가로질러 뱃사공이 내려주는 곳에 열하천이 있다.
청더의 옛지명으로 '겨울에도 강이 얼지 않는다'는 뜻의 '열하'가 유래된 곳이기도 하다.
열하천은 옛날 뜨거운 물이 솟는 일종의 온천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물이 고여있는 조금 큰 웅덩이에 불과하다.
그래도 '熱河(열하)'라는 글씨가 붉게 새겨진 바위를 보면 마치 연암선생을 만난듯 반가운 마음에 기대서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게 된다.
피서산장을 나서면 동쪽에서 북쪽으로 8개의 사찰들이 마치 호위병처럼 둘러서 있다.
황제의 궁전밖에 있는 8개의 묘라는 뜻의 '외팔묘(外八廟)'라고 불리는 이 절들은 강희제가 티벳 지역을 정벌한 후 그들의 종교와 예술을 수용해 지은 것이다.
원래는 12개였으나 현재 보령사,보타종승지묘등 8개만 남아있다.
이들 사찰은 한족 양식뿐 아니라 티벳 종교인 라마교 양식으로도 지어져 있어 소수민족을 끌어안기 위해 각별히 신경썼던 청나라 황실의 노력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보령사에는 22.23m 높이의 세계최대의 목각 불상이 있다.
라마식의 이 불상은 무게가 1백10t에 달하는데 40개의 팔을 제외한 몸통전체를 하나의 나무로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외팔묘 중 가장 규모가 큰 보타종승지묘는 티벳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을 본떠 만든 것으로 '소 포탈라 궁'으로도 불린다.
보타종승지묘에 들어서면 실제 티벳에 와 있는 듯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수 있다 피서산장과 외팔묘는 1994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청더=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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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배를 타고 청더에 가려면 매주 화.금요일 인천에서 출항,톈진까지 운항하는 진천페리를 타면 된다.
객실 등급에 따라 편도 11만5천~25만원.
관광이 목적이라면 베이징과 청더를 묶어서 돌아볼수 있는 여행사들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현지 문화재의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수 있어 더 낫다.
대아여행사(02-515-6317)의 경우 6박7일 또는 7박8일짜리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청더 북부의 초원에서 승마 등을 즐길수 있고 겨울에는 인근 스키장에서 스키도 탈 수 있다.
이미 베이징에 가봤다면 10명 이상의 단체가 구성될 경우 청더가 속해있는 허베이성(河北省)성에서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가 도원결의를 맺었다는 도원결의충의탑(줘저우시),청나라때 이홍장,원세계등이 근무했던 총독부(바오딩시),한나라의 한신 장군이 송아지를 들쳐메고 올라가 기르며 군사들을 먹이고 훈련시켰다는 천혜의 요새 포독채(스자좡시)등을 엮어서 둘러볼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동거리가 너무 길지 않도록 코스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테마21여행사(041-541-2080)가 수학여행,기업 단합대회등 대규모 단체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배를 이용해 중국에 갈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흠이지만 방에서 쉬거나 자유롭게 돌아나딜수 있어 큰 불편은 없다.
노래방,사우나,발맛사지 등 지루한 뱃길을 달랠수 있는 위락시설도 있다.
여행 짐은 따로 부치면 하선후 찾을때 많이 기다리기 때문에 직접 들고 타는 것이 낫다.
승.하선할 때 계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짐을 간소화 하는게 바람직하다.
여행전 미처 중국비자를 발급받지 못했을 경우 2만5천원만 내면 배안에서 신청해 중국입국시 곧바로 받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