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치명적인 유혹의 시작… '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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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TV 화면에서는 스릴러의 고전 '이중배상'이 방송되고 있다.
여주인공은 유혹한 남자에게 살인을 사주해 파멸에 빠뜨리는 팜므파탈(요부)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로라(레베카 로민 스타모스)에게 한 남자가 무언가 지시를 내린다.
장면은 곧 칸영화제 행사장으로 바뀌고 수천만달러 상당의 보석옷을 입은 여성모델이 클로즈업된다.
로라는 그녀를 화장실로 유혹해 동성애를 즐기며 눈속임동작으로 보석옷을 바꿔치기 한다.
다음 순간 로라는 예상을 뒤엎고 공범마저 따돌리고 보석옷을 챙겨 행사장을 벗어난다.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 섹스 스릴러 '팜므 파탈'의 도입부다.
24분동안 대사가 거의 없이 전개되는 도입부는 이 영화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능동적으로 보는 행위과 수동적으로 보여지는 행위,카메라가 포착할 수 있는 행동과 포착할 수 없는 내면에 관한 영화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는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했다.
스토리 보다는 형식(스타일)이 이 작품의 처음이자 끝인 셈이다.
공범의 추격을 받던 로라가 자신과 닮은 릴리를 만나는 순간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릴리는 로라의 분신이며 두 인물은 동일인에 들어 있는 두 인격이다.
로라가 행위의 주체로서 자아라면 릴리는 타인의 눈에 보여지는 자아이다.
두 여성은 영화적 트릭의 산물이다.
그들과 관계를 맺는 두 남성도 여주인공의 이중적인 입장을 대변한다.
파파라치(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여주인공을 지켜보는 인물이며,주프랑스 미국대사는 여주인공이 바라보는 대상이다.
절정부는 일반적 스릴러와 달리 두 갈래로 제시된다.
영악한 로라가 보석옷과 남자를 모두 차지하기 위해 선택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듯 싶던 릴리의 인생을 가로챘을 때 로라는 파멸을 맞지만 로라가 스스로 위험을 무릅쓸 때 해피엔딩이 찾아온다.
그러나 마지막 반전에서 관객들은 혼란스럽다.
카메라가 장시간 로라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관객은 로라에게 감정이입된다.
그 결과 그녀의 정반대 선택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19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