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의 대달러 환율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가운데 유럽이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을 강화하자 달러 약세가 일단은 주춤거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사이자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인 기 쿠아덴은 이날 "더이상의 유로화 강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벨기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쿠아덴 총재는 "ECB 이사들은 여전히 환율의 변동성이 지나친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게라시모스 토마스 유럽연합(EU) 집행위 대변인도 전날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발언에 대해 "집행위나 회원국들도 같은 생각"이라면서 "과도한 환율변동은 경제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토마스 대변인은 EU 재무장관들이 오는 15-16일 열릴 회의에서 "최근의 환율 변화에 대해 일정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트리셰 총재가 "최근 유로화 강세 추세는 `난폭한(brutal)' 수준으로,ECB는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는 점만 밝힌다"며 달러 약세 억제를 위한 구두개입에 나선 것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프랑크푸르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각 오후 11시) 현재 유로화는 1.2893달러로 전날에 비해 0.15% 포인트 떨어진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공영 ARD방송은 전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시장에서는 오전 7시56분(현지시각) 1.2912달러로 전날 종가 1.2920달러 보다는 약간 강세를 띠었다. 그러나 이는 전날 장중 한때1.2987달러 까지 치솟은 것에 비해서는 약세로 출발한 것이다. 유로화는 지난 8일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외환시장에서 1.2987달러에 거래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바꿔치고 1.30달러대 돌파에 바짝 다가섰다가 트리셰 총재 발언 이후 급등세가 진정됐었다. 독일 제2위 민간은행 HVB는 "유로가 더 강해지면 경제성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있어, ECB로선 현시점에서 강력한 구두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며칠 간 1.30달러 선 돌파 시도가 있을 것이나 실패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밝혔다. 일각에선 1.29달러 선을 중심으로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다시 1.28달러 선으로 내려 앉을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그러나 부시 재선 이후 미 재정과 무역 부문 쌍둥이 적자가 해소될 전망이 없어지고 미국 정부가 말과는 달리 실제로는 달러 약세를 즐기고 있어 결국 달러 약세가계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예측이다. 더욱이 미 연준이 연말 께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강하게 나돌면서 달러 약세가 더 확실해질 것이며, 따라서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1.30달러 선이 돌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