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환율)이 속락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원70전 떨어진 1천1백3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70전 오른 1천1백6원에 출발했으나 환율 추가 하락을 예상한 수출기업들의 달러매물이 쏟아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로 마감됐다. 이 같은 환율은 종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2000년 9월4일 장중 1천1백3원80전)를 깬 것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가 깨지지 않도록 상당한 수준의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매도 물량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1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재정·무역적자를 감안할 때 당분간 달러화 강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주호 HSBC 이사는 "시장에서 3·8선이라 부르던 1천1백3원80전이 무너지면서 향후 추가 하락을 예상한 업체들이 매물을 쏟아냈으며 역외에서도 상당한 매도 물량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전날에 비해 소폭 오름세를 보였고 유로화도 전일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원화환율 하락은 국내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에선 4년여만에 최저점이 뚫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1천1백원선마저 무너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