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증자 자금으로 월급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벌이고 경영진은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다가 직장폐쇄라는 결론을 내리다니….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가 노조의 한 달간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결정한 지난 5일.카프로 1대 주주인 효성의 한 임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증자 자금으로 임금을 인상해달라는 노조도 괘씸하고 그동안 안일하게 노사관계를 끌어온 회사측도 답답하다는 설명이다. 카프로의 1,2대 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은 카프로가 2001년부터 추진한 대규모 증설로 자금난에 부닥치자 지난 7월 2백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증자에 참여했는데 노조는 이 돈으로 10.7%나 월급을 올려달라고 합니다.지난 3년간 임금인상이 저조했다면서요. 지금도 연봉이 우리보다 많은 6천5백만원(16년 근속 기준)이나 되는데 말이죠.무엇보다 당장 일주일 후엔 카프로락탐 재고가 바닥나 나일론 생산 공장을 세워야 할 판입니다."(효성 관계자) 2대 주주인 코오롱은 더욱 기가 막히다. 효성은 그나마 증설이나 유상증자에 적극적인 입장이었지만 코오롱은 3년 전부터 증설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일본에서 카프로락탐을 사다 써도 가격은 비슷하기 때문.'울며 겨자먹기'로 증설에 동의하고 없는 돈 들여 증자까지 해줬더니 노사가 모럴해저드에 빠졌다는 게 코오롱측의 하소연이다. "증설을 한다길래 20∼30%선이던 카프로 제품의 비중을 80%까지 올려놨죠.그런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파업을 벌이고 직장폐쇄까지 해버리면 당장 무얼 갖고 나일론을 만들라는 겁니까."(코오롱 관계자) 고유가와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효성과 코오롱이 증자에 참여했던 건 카프로 노사가 위기를 딛고 안정적인 나일론 원료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같은 기대에 카프로 노사가 어떻게 부응할지 업계는 지켜보고 있다. 유창재 산업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