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가수들의 연기자 변신은 이제 `트렌드'(trend)가 됐다. `핑클' 출신 성유리가 이미 연기자로 입지를 굳혔고 `SES' 출신 유진이 가수와연기자 생활을 겸하고 있다. 또한 `주얼리'의 박정아도 최근 연기자 겸업을 선언하며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섹시 스타 이효리도 내년 초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 트렌트에 또 한 명의 여자 가수가 동참했다. 서지영이다. 서지영은 해체된혼성그룹 `샵'의 전 멤버. 그는 `샵' 해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서지영과 또 다른 여성 멤버 이지혜의불화로 `샵'은 인기 절정의 순간에 해체되고 말았다. 그 뒤 서지영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셌고 그는 2년 동안 연예계에 얼굴을내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오!필승 봉순영' 후속으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KBS2TV를 통해 선보이는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 연출 이형민)에 출연한다. 드라마로 연예계 복귀를 선언 한 셈. 서지영의 연기자로서의 출발은 뜻밖의 일이다. 최근 가수 출신 여자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서지영의 연기 도전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부담감이 커요. 가수 하다가 연기하시는 분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서 그게 가장 부담스러워요. 2년만의 복귀인데 연기가 부족한게 가장 걱정입니다." 지난 4일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린 `미안하다…' 시사회에서 만난 서지영은진한 핑크색 옷으로 무척 화려했다. 그러나 화려한 의상과는 달리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가 맡은 역은 톱스타 강민주. 연기와 노래를 겸하는 연예계 만능 엔터테이너로 톱스타 최윤(정경호)과 사귀는 과정에서 차무혁(소지섭)을 사랑하게 되는 역할이다. "자신감있고 도도하고 부러울 게 없는 연예계 최고 여배우여요. 그런데 가슴에상처가 있어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렸거든요. 그래서 민주는 사랑을 믿지 않아요." 기존 이미지가 도도한데 역할까지 도도한 역이라 부담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제 이미지가 도도한가요?"라며 얼굴색부터 바뀐다. 여전히 주위에 평가에 민감하고작은 말에도 상처받는 눈치였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에 가장 신경이 쓰여요. 이미 예상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막상 보게 되면 상처가 되요." 서지영은 "한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힘들다고는 것 알아요. 2년 동안 반성 많이 했어요.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드라마에서 최선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라는 말했다. 연기 초년병답게 연기에 임하는 마음은 다부졌다.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예요. 연기자로서 목소리도 작고 대사가 없을때 `리액션(reaction)'을 어떻게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손동작 하나하나가 이렇게어려운지 몰랐어요." 연기를 잘 못하면 네티즌들의 비난이 뜨거울 텐데 두렵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중간에 그만두려고 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겁니다. 앞으로 속은 자주 상하겠지만 계속 연기할 겁니다. 죽을 때까지 할 연기인데 부족한 부분 고치면서 열심히 하려고요"라고 답했다. 함께 출연하는 소지섭은 서지영에 대해 "연기 잘한다. 지영씨의 연기를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작가 이경희씨도 그의 연기에 후한 점수를줬다. 이씨는 "서지영씨가 강민주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처음에는 심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한번 기회를 주자는 마음으로 허락했다. 막상 연기를 하는 것을 보니 기대 이상이다. 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극중 인물을 수용하는 폭이 넓다고 생각한다. 서지영씨도 그런 것같다"며 서지영의 연기에 만족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서지영이 이번 드라마에서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