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지원을 받아 박사과정까지 마쳤으니 이제 제가 보답할 차례지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D램 개발실의 김우섭 책임연구원은 지난 2월 고려대학교에서 반도체 회로설계 및 테스팅 분야의 연구논문으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0년3월 공부를 시작해 4년만에 이룬 결실이었다.


인하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9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그는 94년 성균관대학교의 야간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딴 뒤 회사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활용해 박사학위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는 "회사 일을 해가며 스스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야에 집중했기 때문에 무척 많은 도움이 됐다"며 "만약 실무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를 했더라면 기대했던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맞춤형 인재 양성


기업과 대학간 산·학 협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의 산·학 협력은 기업들이 대학교에 일정 수준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시혜적 차원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하지만 요즘은 대학이 인재 수요자인 기업의 인력정책을 교과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기업은 우수 인력을 사내에 유치하면서 업무능력 계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김 연구원의 사례는 박사급 전문 인력을 내부에서 양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방침과 현직 회사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회사 업무를 보면서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한 고려대학교의 산·학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기업과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이른바 '맞춤형 인재 양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력 수준이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적극적인 인재 육성자로서 기업 역할이 재정립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졸업생의 취업경쟁력이 대학평가를 좌우하는 시대를 맞으면서 기업들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정부 역시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인적 개발을 위해 이같은 산·학협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9월 초 산·학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서를 체결하고 기업이 바라는 대학 교과과정 개발을 지원키로 하는 등 산·학협동 인재양성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업체 임원이 대학에서 강의하고 대학 교수가 기업에서 연구하면 1인당 1천만원이 지원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산·학협력대학 지원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지원대학을 선정할 때 담당 교수가 기업체 근무경력을 가졌을 경우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방대학들도 적극 추진


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 기업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매년 1백80명에 달하는 이공계생을 선발,40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차량설계 및 부품제작 등의 현장 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에 '차세대 자동차 연구관'을 개관,산·학 협력을 통한 미래형 자동차 연구개발 능력 확충에 나섰다.


LG전자는 내년부터 대학원생을 직접 선발하고 석사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주문식 교육과정'을 도입키로 고려대학교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학교 측이 추천한 대학원 진학지망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뽑은 뒤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석사학위 취득 후 일자리도 제공키로 했다.


지방대학들도 대기업의 현지공장 및 지역산업체들 간의 주문식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방대학 졸업생들이 취업 경쟁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리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열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의 동의공업대,경남정보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주문식 교육을 위한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관련부서 부장들이 대학 강단에서 조선설계 조선공학 등을 가르친 뒤 과목 이수 학생들에게 취업 우선권을 주고 있다.


볼보트럭코리아도 경남정보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임직원 2명을 해마다 파견해 정비와 장비관련 실무를 강의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지난 상반기부터 경북대 기계공학부와 전자전기컴퓨터학부에 자동차 섀시 및 차량동력학,만도프로젝트 실습 등 5개 과목을 운영 중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