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다.


딱 1년만에 '스타'로 떠올랐으니, 화면에 드러나지 않은 지금까지의 고생도 말이 아니었을터.시트콤 '논스톱4'에 이어 드라마 '아일랜드'로 이름을 각인시킨 현빈(23)을 만나니'피곤에 절어있다'는 표현이 딱 떨어졌다.


선문답같은 대화 속에서 '열정'이란 단어 역시 떠올랐다.


발톱을 숨기고 있는 사자처럼. 이젠 스타로 손색없을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연기로는 아직은 신인급. 연기에 욕심과 목표가 분명한 신인을 만나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


▲나른하다 느릿느릿.


기지개를 한번 세차게 켜야할 것 같아 보이는 몸상태다. '아일랜드' 촬영을 종영 당일(10월 21일) 새벽까지 했고, 인터뷰를 한 날은 고작 9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사이 그는 영화 '키다리 아저씨' 우정출연을 했고, 새로 계약한 CF를 찍었다.


또한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미뤄놓았던 인터뷰를 하루 3-4개씩 소화해야 했다. 도무지 쉴 틈이 없다.


"몸은 피곤한데, 막상 누우면 잠이 안온다. 하루 2-3시간 자던 게 버릇이 돼서인지 아직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하나보다."


작년 10월 영화 '돌려차기' 촬영에 들어가기 전 3개월 동안 매일 6시간씩 태권도를 연습하는 것부터 본격적인 연예계 준비에 들어갔다. 개봉 즈음 시트콤 '논스톱4'에 출연했고, '논스톱4'가 끝날 무렵 그는 '아일랜드'의 '강국'이 됐다.


▲맨땅에 헤딩했다


'아일랜드'는 마치 '논스톱' 선배 출연자 조인성의 '피아노'와 같은 선택이다. 현빈은 시트콤으로 얼굴을 알린 후 정통 드라마에 출연, 스타의 타이틀을 거머쥔 계보를 잇고 있다. 송승헌, 조인성, 정다빈 등이 그러했듯.


강국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그나마 다행인게 맨땅에 헤딩했기 때문이다. 부담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 대사에, 그 극적 구성에 내가 부담까지 갖고 있었다면, 아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김진만)감독님이 부담감을 털어버리게 했다. 감독님 연기 보고 따라했는데, 우리 감독님 진짜 연기 잘하신다."


강국을 보낼 때의 느낌은?


"시원섭섭하다. 아쉬움보다는 얻은 게 많다. 카메라를 보는 법,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알게 된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팬들이 많은 사랑을 보내준 것." '논스톱4'에 출연할 때만 해도 10대 위주였던 팬들이 이젠 20, 30대로 늘어났다는 점이 큰 변화란다. " 드라마 인터넷 팬 카페에 들어가서 거의 매일 체크했다. 전문가 못지 않은 시청자 반응을 가슴에 새겨 조금씩 조금씩 연기에 반영했다"는 그는 "근데 서운할 때도 있었다. '강국이 좋으니 현빈이 좋아진다'는 글을 봤을 때"라며 쿡쿡 웃었다.


▲숨기지 않는 연기에 대한 욕심


신인 배우를 만나다보면 '연예인이 아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1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다보면 실은 '배우가 아닌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의 목표는 내 이름 앞에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이라며 "최민식,설경구, 송강호" 등등의 이름을 꼽는 그의 모습은 다른 이들에게서도 봤던 모습. 그럼에도 왜 신뢰가 생길까. 몇 달만에 처음 한국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봤다고 했다. 정우성의 연기를 보고 그는 "파고들 구멍이 닫혀진 듯한, 멍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아직 갈 길이 먼 자신의 모습을 새삼 확인하는 듯 하다.


"드라마나 CF, 연락 오는 것은 나는 모른다. 매니저형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난 연기만 생각하면 된다"는 말에서 우직함이 전해온다.


"멜로든 뭐든, 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안다. 준비가 안돼있으면 하라는 것도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CF 촬영, 호주로의 화보 촬영, 인터뷰 등 남아있는 일정을 소화한 후 11월 중순부터 12월말까지 휴가를 받았다.

그동안 만신창이가 된 몸을 제대로 추스를 계획. 사실 쉬는 것도 아니다.


일찌감치 MBC와 차기작에 대한 의논을 끝낸 현빈이 내년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