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촉발된 국회파행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먼저 사과하라"고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31일 "한나라당이 정부와 여당을 근거도 없이 반미.친북.사회주의 정권이라고 몰아붙이는데 어떻게 얼굴을 마주하고 정치를 하겠느냐"며 "야당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고서는 야당과 대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특히 "나를 포함해 정부와 여당 안에 한나라당 주장대로 좌파나 주사파가 있다면 당장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하라"며 "얼마든지 고문당해 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그러나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대정부질문 등 국회운영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독국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민생법안 등 현안을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되면 민주노동당,민주당 등과 상의해 국회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여권의 성의있는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국회등원을 거부하겠다는 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 총리의 망언은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을 넘어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먼저 해법을 제시해야 여야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맞받았다. "좌파정권" 논란과 관련,임 대변인은 "정부정책의 실체와 내용이 자유시장 원리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입법을 추진한다면 국회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