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안정종합대책'의 시행 1년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시청 1층 임대차분쟁조정상담실(이하 상담실). 오전9시부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벌써 석달이나 지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빼줍니다.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담실의 하루는 언제나 처럼 세입자들의 문의전화로 시작됐다. 서울시 임대차분쟁조정상담실은 서민들이 주택거래나 임대차 계약 등을 맺으면서 겪는 각종 법률민원을 상담해주는 곳. 이곳에 하루 평균 걸려오는 전화는 90통 남짓. 올초까지 주택매매계약이나 임차계약 등과 관련된 상담문의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14년째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박예순 상담실장은 "작년 가을에는 하루에 주택 매매계약 상담건수가 10~20건은 됐는데,지금은 고작 1~2건에 불과하다"면서 "최근 전세주택이 남아돌아 전세값이 하락하는 역(逆)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문의전화가 급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0.29부동산대책의 후폭풍이 이곳 상담실에도 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오전 9시30분.박 실장의 말처럼 보증금 반환에 관한 세입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친다. "보증금 8천만원에 세들어 사는데 계약기간이 지났는데도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구할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이사를 가야하는데 방법이 없나요?" "보증금 9천만원에 2년계약을 했는데,계약기간이 지난 5월10일로 끝났어요. 집주인에게 이사가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묵묵부답입니다." 오전 11시. 서울 상계동에 사는 한 세입자로부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어디론가 잠적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실 직원 정청분씨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집주인은 다른 세입자를 들여야 현재 살고있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데,이것마저 여의치 않아 도망다니는 사례도 종종 접수된다"고 전했다. 정씨는 "특히 연립주택이나 대학가 주변의 원룸건물 등 세입자가 많은 건물을 보유한 집주인 가운데 이런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 이번엔 한 집주인이 전화를 했다. "지금 가진 돈이 없어 보증금을 내주기가 어려운데 뾰족한 방법이 없겠느냐"는 내용이다. 세입자와 잘 합의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답변에 집주인은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박 실장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도 전세값을 무작정 내려 세를 놓을수도 없기 때문에 쉽사리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증금 반환절차를 물어보는 세입자들의 문의전화는 업무마감 시간인 오후 6시까지 계속됐다. 업무가 끝날무렵 박 실장은 "지난해 10.29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뒤부터 주택거래가 주춤하는 것은 물론 전세값이 계속 떨어져 애꿎은 서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10.29대책은 집값을 안정시켜 서민들을 보호하기위해 마련된 정책인데도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