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올 초 SK그룹의 경영권 장악 시도로 눈길을 모았던 소버린 자산운용이 7개월 만에 다시 포문을 열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번 불붙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기자) SK를 상대로 한 소버린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 그 의미를 살펴 봤습니다. (앵커)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은 올 초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 아닙니까? 이제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지는 것인가요? (기자) 소버린 자산운용이 말씀대로 올 초 이후 7개월 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홍보대행사를 통해 오늘 기자들에게 일제히 보도자료를 돌렸는데요. 정관 변경을 위해 자회사인 크레스트 증권이 SK측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 소식이 전해진 뒤 곧 SK측도 임시 주총 소집 요구 접수 사실을 밝혔고요. 공식 답변은 향후 이사회를 열어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앵커) 임시 주총이라면 아주 이례적인 것 아닙니까? 더욱이 현재의 경영진이 아니라, 다른 주주가 임시 주총을 요구할 때는 그 배경이 사뭇 궁금하기 마련인데요. 소버린의 요구는 어떤 것입니까? (기자) 표면적인 이유는 기업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이사 자격과 관련해서 두 개의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입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사의 경우에는 형의 선고가 확정될 때까지 이사로서 직무 수행을 정지하고 형이 확정되면 이사직을 상실하도록 한다… 이런 내용을 추가하자는 것인데요. 사외 이사의 경우 이미 이런 조항이 만들어져 있지만, 사내 이사의 경우에는 이런 조항이 없기 때문에 바람직한 이사진 구성을 위해서는 형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소버린 측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SK 측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상 최태원 현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데요. 명분을 들고 나왔지만 속뜻은 최 회장의 경영권에 다시 도전장을 들이 민 것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깁니다. (앵커) 임시 주총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요? (기자) 임시 주총 소집은 발행 주식 수의 1.5% 이상 소유한 주주가 요구할 수 있고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받아 들여야 합니다. 따라서, SK측이 이사회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했는데요. 오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최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7명 등 이사 10명 전원이 참석하는 이사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마 이 자리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K로서는 수용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눈치인데요. 임시 주총을 받아 들여서 불씨를 만들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거부하자니, 이미 소버린이 요구한 이사의 자격 요건은 SKT 등에서는 채택된 내용이어서, 딱히 명분이 없습니다. 따라서, 소버린 측이 현재 SK의 경영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주총 소집을 바라는 이유가 뭔지… 이 부분이 의심스럽다며 주저하고 있는 것인데요. 가능하면 주총을 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마지 못해 주총 소집을 받아 들이게 되더라도 실제 이 안건이 통과될지는 미지숩니다. (앵커) 통과가 미지수라면… 표 대결에서 소버린이 이긴다고 장담할수 없다는 이야기 인가요? (기자) 요구한 조건이 정관 변경인데요.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입니다. 특별 결의는 발행 주식 수의 과반수 이상 참석 그리고 참석 주주의 2/3 이상 찬성이 필요합니다. 지난 연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43.46%고요. 올해 들어서는 캐피탈 그룹 등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약 61%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총 소집을 요구한 소버린 자회사 크레스트 증권과 웰링턴, 캐피탈 그룹 등 주요 외국인이 6월말 기준으로 30.2% 지분을 갖고 있는데요. SK측에서는 이 같은 지분 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표대결이 있더라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주총 결의를 위해서는 전체 지분 가운데 최소한 절반 이상이 결집해야 하지만 소버린이 이만큼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더욱이 지난번 캐피탈 그룹 방한 때 최 회장이 직접 나서 SK의 지배구조 개선과 비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만큼 해외 주주들이 일방적으로 소버린 편을 들고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설명입니다. 더욱이 이사 자격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 온 것으로 이미 지난 주총에서 최 회장 선임이 유지됨으로써 주주들로부터 판단을 받은 문제다… 이런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처럼 문제될 것이 없다면, 굳이 소버린이 애써서 주총 개최를 들고 나올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숨은 뜻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지난 3월 정기주총 이후에도 이 사태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잠복기에 들어 갔을 뿐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시각이 수세했는데요. 소버린이 다시 주총 소집을 들고 나왔을 때는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암묵적인 교감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이 아닌가… 이런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즉, 경영권 획득 형태가 됐든, 아니면 경영권 위협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형태가 됐든, 외국인 주주들의 권익을 보장해 주는 것을 전제로 소버린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후원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입니다. SK를 지배하고 있는 4개 외국계 펀드가 앞서 말씀 드린, 소버린과 템플턴, 캐피털, 웰링턴인데요. 이 넷이 연합하면 꼭 판세를 뒤집는 표대결이 아니더라도 현 SK 경영진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 표대결 등으로 사태가 흘러간다면 또 다시 M&A 가능성 등이 부각되면서 주가 상승의 촉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어떤 경우가 됐든 소버린으로서는 특히 손해 볼 일이 없다는 것이로군요.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 것 같습니까? (기자)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오늘 소버린 측이 제시한 SK의 주가 수준입니다. 동종업계 기업들과 주가 수준을 비교했는데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정유회사 SK가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가장 낮다는 것입니다. 계열사 리스크만 떨어내고 보유하고 있는 SKT 주식만 처분하더라도 당장 주가 수준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소버린으로서는 이런 논리로 계속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고요. 결국 이 같은 명분은 따로 반박하기 힘든 만큼, SK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계속 주주가치 증대와 관련된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된 내용을 계속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쨌거나 주주들에게 주가가 동종업계 최하위라는 것을 납득시킬 방법이 없으니까요. 결국, 소버린과 SK의 재대결은 비단 표대결 뿐만 아니라 누가 기업의 비전을 더 낫게 보는지… 경영의 질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결과가 되는데… 주주들로서는 다시 한차례 주가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를 맞을 것 같습니다. (앵커) 경영진으로서는 부담스런 일이지만 주주에게는 오히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역설적이군요. 시장에는 이처럼 경영권이 취약한 종목들이 많지 않습니까? (기자) 그래서, SK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재연될 경우 이런 종목들이 테마를 형성하면서 주가 상승의 급류를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종목별로 들여다보면, 동아제약과 세양선박, 동양메이저, 한국유리, 코오롱, 흥아해운, 한일시멘트, 한솔제지, 현대약품 등인데요. 대표적으로 동아제약의 경우 템플턴이 8.6% 강신호 회장과 강 회장 계열 수석무역이 각각 3.8%와 2.8%를 갖고 있는 등 최대 주주 지분이 매우 낮습니다. 물론 자사주 등을 포함하면 30% 정도 최대 주주 지분이 나옵니다만, 경영권 방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취약한 편이죠. 대개 나머지 종목들도 최대주주와 외국인 대주주의 지분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종목들을 주의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제 시장에서도 SK 이외에 대우차판매, 흥아해운, 현대산업개발 등은 강세를 보였습니다. (앵커-클로징) 네… SK와 소버린 재대결 국면… 몹시 궁금하군요. 시장도 영향이 많을 듯합니다. 박 재성 기자…수고하셨습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