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음식 궁합과 경제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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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宮合)은 좁은 의미로 신랑 신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춰 상생·상극을 살펴보고 길흉을 점치는 방법을 의미한다.
사주와 오행에 살(煞)이 끼면 불길하다고 했다.
넓은 의미에서 궁합은 인간과 세상사의 전반적인 조화관계를 뜻한다.
우리 선조들은 우주만물의 이치가 오행에 따라 움직이므로 궁합이 조화로워야 일도 잘 풀린다고 봤다.
요즘은 먹거리에서도 궁합이 강조된다.
돼지고기를 새우젓과 같이 먹으면 맛도 맛이지만 새우젓에 들어있는 단백질·지방 분해효소(프로테아제,리파아제) 덕에 몸에도 좋다.
보신탕에 많이 넣는 들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누린내 제거 효과도 있다.
소주에 오이를 넣으면 소주 맛이 순해지고 술 마신 뒤 부족해지기 쉬운 칼륨을 오이가 보충해준다.
이뿐인가.
닭고기와 인삼,복어와 미나리,굴과 레몬,된장과 부추,딸기와 우유,미꾸라지와 산초,감자와 치즈 등 음식궁합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반대로 궁합이 안맞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
우유와 설탕,시금치와 근대,스테이크와 버터,오이와 무 등이 그렇다.
경제 돌아가는 모양새도 분명 주변 변수들과 궁합이 있다.
경제는 불확실성과 옥죄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정치·사회 혼란이나 정부규제와는 상극인 셈이다.
몇년째 나라가 평온한 날이 없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갈수록 멀어지니 경제가 잘 돌아가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까 싶다.
경제운용이 꼬이기만 하는 이헌재 경제부총리로선 살이 끼었다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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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충청권 부동산대책이 절실한데 정부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26일)에서 충청권 투기지역을 조기에 풀지도 관심사다.
이런 와중에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미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25일 방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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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와 관련해선 한국개발연구원의 월간경제동향(26일),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29일) 등을 꼭 챙겨볼 필요가 있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