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자 갤러리현대 사장 12월께 공식은퇴‥"미술얽힌 비화 책으로 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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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의 산 증인인 박명자 갤러리현대 사장이 12월께 공식 은퇴한다.
박 사장은 24일 "해결할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표이사 자리를 12월쯤 아들(도형태 갤러리현대 이사)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공식 은퇴하더라도 화랑 운영과 관련해 도형태 이사에게 조언을 하면서 1년에 한두차례 원로작가 위주의 기획전을 마련하는 데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1970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상업화랑 1호인 현대화랑(갤러리현대 전신)을 인사동에 차린 후 박수근 이중섭 이상범 유영국 등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전시를 주로 기획해 왔다.
그림을 보는 탁월한 '안목'과 '신용'을 바탕으로 '화랑 하면 갤러리현대,화상(畵商)으론 박명자'를 꼽을 정도로 30년 이상 우리나라 근·현대미술 시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기획한 3백회가 넘는 전시 중 '이중섭전'을 가장 인상에 남는 전시로 꼽는다.
박 사장은 "72년 현대화랑에서 '이중섭전'을 열었는데 당시 인사동 네거리에 관람객이 수백m나 줄지어 늘어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고 회고한다.
물러나는 게 너무 이르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미술시장 흐름이 국내와 해외간 장벽이 없어지는 등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차피 은퇴할 거면 빠른 게 낫다"고 답한다.
박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후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에 남을 만한 작가들의 작품과 작가들에 얽힌 비화를 소개하는 책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평소 한국 미술의 미래를 위해 그동안 작가들과 만나 겪은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권유에 한사코 손사래를 쳐 왔다.
한편 갤러리현대를 물려받게 될 도 이사(36)는 "내년부터 국제기획전의 비중을 높이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매년 열리는 바젤마이애미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해외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욕대와 프랫대학원에서 회화와 미술사를 전공한 도 이사는 그동안 갤러리현대의 국제기획전을 도맡아 왔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