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의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던 조치원 신흥리 대우푸르지오 아파트를 이제 원가에라도 팔아 달라고 난리입니다"(아시아공인 이광희 사장)


<< 사진 설명 : 22일 충북 오창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한 주택건설업체가 모델하우스에 내걸었던 '신행정수도 확정'이란 플래카드를 떼내고 있다 >>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최종적으로 토지를 산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 주민들입니다.투기꾼들은 이미 다 빠져나갔는데 지역 주민들만 죽게 됐어요"(하나공인 이황재 이사)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다음날인 22일 충청권 부동산시장은 분노와 허탈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은 폭주하는 문의전화에 지쳐 문을 닫았으며 아파트 분양사무소에는 분양가 이하로 팔겠다는 "깡통"분양권 매물이 쌓이고 있었다.



◆할 말 잃은 토지시장


한때 외지 투자자들로 북적이던 공주시 장기면사무소 앞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지역은 이날 '초상집' 분위기였다.


10여개의 중개업소들은 아예 문을 닫았다.


천태산부동산 이송하 사장은 "투자자들의 문의와 항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장기면 송선리 대복공인 최보현 사장은 "가격이 폭락해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에 팔아달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주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기군 남면 종촌리 남촌공인 임영달 실장은 "평당 몇 천원하던 임야가 3만∼4만원까지 올랐으니 투기열풍이 분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투기꾼들은 다 빠져나갔다"며 "고향에 남으려고 비싼 값에 토지를 산 연기 주민들만 모두 망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충북 청원군,충남 청양군,논산시 등 신행정수도 주변 지역의 중개업소들도 '폭탄을 맞은 듯한' 분위기였다.


청원군 강내면의 대풍공인 관계자는 "투기꾼들은 지난 2001년께 들어와서 4∼5배의 차익을 남기고 이미 빠져나갔거나,앞으로 땅값이 반토막나더라도 최소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면서 "각종 정부규제로 지역 땅을 매입하기 쉬웠던 현지인들만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지에선 앞으로 땅값이 지금보다 절반 이상 폭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강내면 일대 땅값은 농지가 평균 30만원,대지가 1백만원 수준으로 3∼4년 전보다 4∼5배 뛴 상태다.



◆대박 아파트가 깡통으로


올 상반기 수많은 '떴다방'까지 몰려들며 '분양대박'을 터뜨렸던 연기군 조치원읍 신흥리 D아파트 모델하우스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이 아파트는 신행정수도와 가깝다는 장점 때문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까지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하루만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이제 1차 중도금을 받은 상태인데 어제부터 해약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다음달 예정인 조치원읍 죽림리 2차 분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굿모닝공인 김생옥 사장은 "이 곳은 분양당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외지 투자자들이 서너채씩 사들이기도 했다"며 "이제 분양가에라도 팔아달라는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공인 이광희 사장은 "현지인 가운데 이 가격에 사려는 사람은 없다"며 "서울 사람이 이 곳에 와서 살 수는 없으니 분양가 밑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충북 오창지구에서 잔여가구를 분양 중인 한 건설업체의 모델하우스에는 이날 하루종일 해약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이어졌다.


이 회사는 그동안 신행정수도 예정지에서 15분거리란 점을 내세워 분양몰이에 나섰었다.


직원들은 오창지구가 행정수도 이전과는 무관하게 자족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다음달 초 충북 청주시 산남지구에서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있는 주택업체들은 분양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장기·연기·조치원·대전=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오창·오송·청원=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